지역보다 이념에 집중하자고 말하는 분들이 계시다. 친노 반지역주의자들의 단골 레퍼토리다. 근데 가만 보면 먼저 지역문제를 그것도 공격적인 방식으로 꺼내는 건 그쪽이다.

정동영 건을 보자. 박근혜가 대구에 출마하는 데 침묵했다면 정동영이 전주에 출마하는데도 침묵해야 맞다. 친노는 박근혜가 대구에 출마할때 아무 불만도 제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동영이 전주 재보선에 출마하자 지역주의의 부활이라고 난리를 쳤다. 이명박 정부의 영남 편향 정치에는 애써 침묵의 묘를 발휘하며 "지역보다 이념"을 중시하는 모범을 보여주던 자들의 행태치고는 매우 이상했다. 아무튼 친노가 조용했으면 "지역"이라는 의제는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 보자. 정동영이 열린우리당 해체를 주도한건 사실이다. 열린우리당을 성물로 모시는 친노가 정동영을 미워하는 것 까지는 이해할수 있다. 실패한 정당을 해체하는게 정치 공학 이상의 비윤리적인 일로 보이지 않으며, 호남의 노무현 지지자들의 등에 비수를 꽂았던 민주당 분당을 주도한게 친노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분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일종의 종교적 히스테리로 보인다는 점을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그런데 이들은 전주 출신 정동영이 분당을 주도했다는 얄팍한 연결고리를 근거로 이를 호남 지역주의적 행태로 규정했다. 그리고는 몇년에 걸쳐 국물 난닝구 정동영 타령을 해대고 있다. "지역보다 이념"을 중시하자는 분들이 이렇게 지역 의제를 공격적으로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내도 되는지 의문이 든다.

지역보다 이념이 중요하다면 그냥 지역주의에 대해서는 침묵하는게 옳지 않나? 호남에 대해서도 영남에 발휘했던 "지역보다 이념"의 미덕을 발휘하면 될텐데 말이다. 영남 패권의 비판을 자제했던 극도의 참을성이 왜 호남에게는 적용되지 않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