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프로야구단은 기업이다...란 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거다...
그러나 그 앞에 '한국의'라는 말을 붙이게 되면, 저 말이 맞는지가 조금 갸우뚱해질것이고...
'기업이다'란 말 사이에 '이윤을 창출하는'이란 수식어를 붙인다면, 저 말은 뻥이 된다... -_-;;;
왜냐하면... 놀랍게도 한국의 프로야구단 중에서 이윤이란걸 창출하는 회사는 사실상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에...


2.
한국의 프로야구단 대부분의 경우, 수익과 지출 구조는 다음과 같다...
수익: 관객 입장 수익 + 광고수입 + 매체 중계권료 + 캐릭터 상품 수입
비용: 인건비 + 구단 유지비 + 홍보비

이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수익은 바로 '광고수입'이고... 이 광고수입은 전적으로 구단의 모체가 되는 재벌 그룹에서 나온다. 관객 입장 수익이나 매체 중계권료의 비중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인건비와 구단 유지비를 매꾸기에는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다. 모 기업의 광고비 지출은 대략 시즌이 시작될 때 쯤에나 지급이 되고... 그 광고비 매출이랑 관객 수익, 중개권료 등을 다 합쳐봐야... 시즌 끝날때 쯤 되고, 선수 연봉 지급하고 나면 바닥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그러니 오죽하면 그래도 명색이 알만한 재벌이 소유한 모 프로야구단 조차도...
시즌 끝나면 돈을 제2, 제3금융권에서까지 빌리겠는가...


3.
서울 히어로즈라는 구단이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
이 구단이 과연 어떻게 운영되게 될지, 아니 운영이란게 가능하기나 할지가 궁금했었다...

무슨 사모펀드 어쩌고 운운하는데서... 조세피난처에서 돈 세탁해서 주식 장난 치는 검은머리 외국인들의 냄새가 느껴졌고...
그 정도면 론스타 정도 규모의 애들이 아닌 다음에야 동원할 수 있는 돈이나 자금의 성격이 뻔할 뻔자인데...
재벌처럼 안정적인 '계열사 지원'이 없이 구단을 운영하는게 힘들거라 판단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역시나... 창립 2년째가 된 오늘... 서울 히어로즈는 선수 팔아치우기 등을 통해 간신히 그 구단의 명맥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런데... 재벌이란 안정적 버팀목 없이 한국에서 프로야구단을 운영한다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일까?
일정 수준 이상의 안정적 자금줄 없이 프로구단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할까?


4.
'마이클 루이스'의 '머니볼'이란 책은 미국의 프로야구단 중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란 구단에 대한...
그리고 그 구단의 단장인 빌리 빈에 대해 쓴 이야기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란 구단은 사실 미국의 메이저리그 구단 중에서도 매우 가난한 축에 속하는 (물론 가난하다고 해도 서울 히어로즈나 한국의 여타 프로구단에 비교할 바는 아니다.) 구단이다. 그리고 팬의 숫자나 그들의 열정도 미국의 다른 명문구단 팬들에 비할바가 아니다. 이 말은... 곧... 프로구단의 주요 돈 벌이가 되는 두 가지 수익 요소(입장 수익, 광고료 수익)가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로 인해 비싼 몸값의 뛰어난 스타 선수들을 보유할 수가 없고, 성적도 시원찮을 수 밖에 없다는 것, 더 나아가 구단의 수익도 낮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빌리빈이 단장으로 취임한 이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비록 우승은 못하더라도 포스트 시즌에 거의 매년 진출했고...
운영 수익 역시 흑자를 기록중이다...

텍사스 레인저스, 뉴욕 양키스, 보스턴 레드삭스 등등 든든한 자금력을 갖춘 골리앗 같은 팀들의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이 팀은 강팀으로 군림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손해 보지 않는 장사를 할 수 있었을까?


5.
구단 운영에 있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선수들의 인건비고...
선수들의 인건비는 통상적으로 생각할 때, 그 선수의 이름값에 비례한다.
그리고 이름값은 일반적으로 그 선수의 실력으로 측정되고, 실력은 우리가 스포츠면을 통해 보는 갖가지 통계들을 통해 증명된다.

간단히 말해서, 홈런 많이 치고, 타율 높은 타자, 방어율 높은 투수가 실력이 있는 선수로 판단되고...
그런 선수들이 이름을 떨치면서 인기를 얻고... 그런 선수들이 또 팀에 기여한 바가 높으니 연봉을 많이 받는다...
그리고 연봉 많이 받는 실력있는 선수들이 많은 팀이 결국은 강팀이 되는 것이고...
그 연봉을 감당할만한 충분한 돈이 있는 팀(뉴욕 양키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보스턴 레드삭스, 등)이 결국 리그를 지배한다는 것...

근데 다시 생각해보자... 선수의 실력이란 것은 결국 과거의 트랜드인데... 그 선수가 기계도 아닌 이상,
내년에도 똑같이 3할 타율, 2점대 방어율을 찍을 것이란 보장이 있을까? 부상이 있거나 예고하지 않은 슬럼프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또 한가지의 의문... 안타 많이 치고 홈런 많이 치고, 방어율 높은 선수의 존재가 팀의 성적과 직접적 관련이 있을까?
그러니까... 극단적인 예를 들자면... 경기 승패 다 결정되고 뜬금포만 30개 쳐서 시즌 홈런 30개에 타율 3할인 타자와... 중요 순간에만 홈런 20개치고, 타율 2할 7푼 쯤 되는 타자가 있다고 할 때, 단순 수치만으로 전자의 타자에게 보상을 더 하는 것이 과연 효율적일까?


6.
빌리 빈이 기업가로써 유능한 점은... 위의 의문에서 출발해 선수를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세이버 매트릭스라고 한다...)을 창안해 냈다는 것이다. 즉, 홈런이나 타율이 낮더라도 출루나 팀기여도를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척도를 만들어내었고... 투수의 볼 스피드나 하드웨어보다는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기준을 세워나갔다. 그러면서 그는 다른 구단의 스카우터들이 평가절하한 싼 값의 선수들을 끌어들였고... 그들이 잠재력을 폭발시켜 비싼 연봉을 받을 가치가 된 선수로 성장했을 때... 그들을 팔아치웠다...

저평가된 선수들을 얻어, 그들로 하여금 성과를 내게하고, 그들이 성과를 증명하여 몸값을 키웠을 때 다시 그들을 팔아치우는 방식... 그 방식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가난한 구단 중 하나인 팀을 항상 상위권에 안착시키고, 구단 자체의 자금 지원이나 입장수익의 열세에도 구단의 이윤을 남긴 열쇠였던 것이다...


7.
다시 히어로즈로 돌아가서...
히어로즈가 생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식은 결국 빌리 빈 방식을 채택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
물론 히어로즈 구단측에서는 그 방식으로 팀을 운영할 생각은 없다고 말하고 있고...
광고 스폰서 유치 등의 방법을 통해 얼마든지 흑자보는 팀을 만들수 있을거라 주장은 한다...
(그래서 우리 담배라는 듣보잡 회사를 스폰서로 한 번 써먹기도 했었고...)

그러나... 광고 스폰서를 모기업으로부터 안정적으로 받는 재벌 산하 구단조차...
겨울되면 금융권을 전전하는 상황임을 생각해보자...
그리고 결정적으로... 광고 스폰서로 몇 십억씩을 투자할 만한 회사들은 한국에서는 재벌 밖에 없다는게 문제다...
설상가상으로 그 재벌들은 유감스럽게도 다들 자기 구단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히어로즈가 광고 스폰서를 받을 수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겠지? -_-;;;

최근 스포츠지면을 시끄럽게 했던 초대형 트레이드는 이미 히어로즈가 빌리 빈 방식을 채택했음을 스스로 증명한 일이라 하겠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빌리 빈처럼 치밀한 계산 끝에 비싼 선수 팔고 잠재력 터질 선수들을 영입했던 건지...
아니면 예전 쌍방울 레이더스처럼 침몰 직전에 선수 마구 팔아치우기 한 것인지는?
결국 이번 시즌 결과를 두고보면 알게 될거다...

하지만... 뭐가 됐든 간에... 히어로즈가 다수 열성팬들의 사랑을 받는 인기구단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팀에 대한 팬들의 사랑 중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그 팀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의 존재인데...
간판 격인 선수가 성장해서 연봉 오르면 바로 팔아치우는 구단을 과연 누가 좋아할까?
그리고 바로 그 부분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가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음에도 팬이 별로 없는 이유기도 하다...

유능한 기업가와 사랑받는 기업가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행운은... 아직 가난한 프로야구 팀에겐 허락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