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서 걍 떠오르는 대로.

1. 우리 모두는 안티 조선의 자식이다.
이거 대충 사실이죠. 저만해도 우리모두는 거의 가지 않았지만(사실은 있는지를 몰랐다능) 강준만 교수의 조선 비판을 읽고 울컥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으며 조선일보 독자 게시판 진중권 글 읽느라 거의 밤을 새다시피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디제이 정권 당시 안티 조선 열풍은 지금의 난닝구, 노빠, 진보충은 물론 딴지스와 디시폐인을 하나로 묶은 문화이자 바람이자 논리이자 깃발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상전벽해죠. 그러면 왜 이렇게 되었는가?

2. 안티조선내 숨어있던 분열.
그때야 조선까는 맛에 몰랐지만 사실 그 내에 일정정도 분화 조짐을 보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일단 중도 진영의 입장에서 안티 조선은 '조선 제자리 찾아주기'였죠. 정권에 대한 비판과 견제, 감시를 넘어 스스로 권력이 되고자하는 조선, 특정 지역이나 정치인 죽이기에 열 올리는 조선, 팩트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사실인양 써대는 수준 낮은 조선을 딱 그 수준에 맞는 영향력을 갖게 하든지, 아니면 조선이 반성하고 제대로된 보수 공론이 되든지를 선택하라는 운동이었습니다.

진보 진영에선 조선의 '보수성' 그 자체가 문제였죠. 이 쪽은 제가 잘 알지도 못해서 이 정도까지.

뭐 말은 이렇게 썼지만 사실 안티 조선안을 휩쓴 감정은 '조선을 비롯한 수구파 싫어'였다고 봅니다. 그런데...이 분열은 노무현 정부 들어서 극적인 변화를 겪게 되죠.

3. 노무현의 당선
 경선 당시부터 조선과 각을 세울만큼 세웠던 노무현의 당선은 안티 조선을 상징하는 대표적 사건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노무현 당선은 역설적으로 안티 조선의 쇠퇴와 소멸을 예고했습니다. 역설적으로, 또 대중적으로 노무현의 당선은 디제이와 같은 행운(이인제 출마)과 우연(IMF)에 의지하지 않고도 조선이 싫어하는 정치인이 성공가능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지요. 쉽게 말해 더 이상 '조선이란 공포 마케팅'은 유효하지 않음을 입증했던 겁니다.

그런데.....말입니다. 이렇게 변화한 상황과 조건을 무시한 노무현의 안티조선 이용은 이 운동을 확인사살합니다.

4. 조선의 변화
근본적으로 노선이 바뀔리 없고 다시 옛버릇이 슬슬 나오고 있습니다만 조선은 노무현 정부 초기 변신하려는 노력을 보여줍니다. 류근일, 김대중은 2선으로 퇴진하고 조갑제는 숫제 분리해버립니다. 거기에 소위 안티조선측 논객들의 글을 실으며 자기 반성(?)을 시도하죠. 그뿐이 아닙니다. 제가 놀란 건..... 이후 조선 기사의 품질이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팩트 중시라는 측면에서 감히 말하자면 참여정부 당시 조선보다 앞섰다는 말할 수 있는 언론 별로 없어요. 가령 노무현 측근들의 사고 발언을 보도할 때 조선은 숫제 전문을 다 실어버립니다. 통계 해석도 한겨레는 조선보다 앞선다고 보기 어려워요. 급기야 유명한 '노건평 골프 연습장' 해프닝까지 벌어졌죠. 노건평이 골프 연습하는 사진을 보도하자 데일리 서프 등에선 조선이 왜곡했다고 반박합니다. 그 근거는 노건평이 들고 있던 채가 '골프채가 아니라 손녀의 장난감'이었다는 거죠. 그런데...우습게도 데일리 서프 등에서 조선을 반박하며 제시한 사진은 누군가가 뽀삽으로 조작했다는 사실이 들통나버렸습니다. 결국 데일리 서프는 조선에 대해 사과문을 게시하는 굴욕을 겪어야 했죠.

5. 안티 조선의 속류화
아까 3에서 안티 조선의 속성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시민운동의 영역이죠. 그런데 참여정부에선 이게 정권 차원의 문제가 되버립니다. 변형되버린 거지요. 그러면서 어떤 현상이 벌어지느냐.

시민운동이 죽어버립니다. 여러분 모두 경험했을 겁니다. 무슨 언론단체에서 조선을 비판해봐야 대개의 대중들은 '걔들은 노무현 편이니까'하고 평가절하해버리죠. 거기에 언론단체의 청와대행, 기타 산하 단체 임명등이 벌어졌으니 그 평가 절하를 반박할 근거조차 없어져버렸죠. 심지어 자리를 둘러싼 별별 추문까지 난무하는 상황이었으니...(전 좀 구체적으로 들었는데 듣는 순간 좀 슬퍼지더군요.)

거기에 중도층이 이탈해버립니다. 가령 중도층이 안티 조선에 동의했던건 조선의 권력화였지, 비판과 감시가 아닙니다. 친노 분들이야 비판 자체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겠지만 중도층에게 조선의 비판 자체는 '비판의 하나'로 받아들여졌죠. 즉, 수많은 계층과 계급의 이해관계를 조정(조선은 어떤 계층과 계급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야할 정권이 대립하고 있더라는 겁니다.

그러니 노무현 정권의 안티 조선은 그 자체로 논리적 정당성을 잃어버리죠. 가령 노무현 측에선 조선이 무조건 반대한다는 식의 논리를 내세웠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았습니다. 한미 FTA, 이라크 파병은 물론이요 로스쿨에 이르기까지 조선이 전적으로 노무현 정부를 찬양한 적이 많습니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한나라당이 로스쿨 국회 통과에 제동을 걸자 조선이 '한나라당은 수천억 배상하라'란 자극적인 제목의 사설까지 걸며 노무현 정부에 지원 사격하더라는.)

제가 더 어처구니없었던 건 노무현 정부의 진보 진영 탓입니다. 한미FTA, 이라크 파병에 대한 진보 진영의 비판에 대해선 '현실 감각의 상실'을 들어 비난했죠. 그 정도까지야 그러려니 하지만... 이건 뭐 '내가 비주류 중의 비주류라서 만만하게 보고 그러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 맞받을땐 거의 어이 상실이었습니다.

즉 노무현 정부의 대언론,진보진영관은, 좀 심하게 말해 '내가 평통회의에서 보수파 깔 땐 조선까지 지지해주고 한미FTA 등에선 진보진영에서도 지지해줘야 정상'이라고 우겨대는 겁니다. 본인들이 그런 상황을 바라는 것까지야 뭐랄 수 없지만 그건 정치의 본질 자체를 부정하는 거죠. 원래 정치가 이해관계의 조정이기 때문에 뭘 하든 양쪽의 볼멘 소리를 듣는게 정상입니다. 즉 전자는 진보진영이 넘어가주더라도 후자는 반대할 수 밖에 없고 보수 진영에선 그 역일 수 밖에 없는게 바로 현대 사회의 정치라는 거죠. 이건 부시도 마찬가지였어요. 이라크 전에선 진보진영에게 두들겨 맞고 창조론 교육 문제를 놓고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에게 '배신자' 소리들었죠. 그렇다고 부시가 언론 탓 하더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거기에 노무현 정부의 안티 조선은 '언론의 공적 역할'보다는 '언론에 잠재된 노무현 비하'에 초점이 맞춰져있었죠. 후자가 중요하지 않은건 아니지만 대통령이란 직분에는 맞지 않는 태도였습니다.(가령 지지자나 중도, 혹은 시민운동 영역에서 보조적으로 다뤄졌다면 그건 충분히 인정할만 합니다.) 왜냐면 대통령은 공인이기 때문이죠. 가령 보세요. 지금 이명박의 외모를 놓고 비하하는 표현이 얼마나 난무합니까? 그런데 이명박이 '내 얼굴 가지고 그렇게 놀려대는건 외모 지상주의고 대통령을 우습게 보는 행위'라고 나와보세요. 얼마나 웃깁니까? 아닌가요?

대통령은 공인입니다. 그것도 대한민국 최고 공인이죠. 그렇다면 가장 공적으로, 보편적으로 다수를 설득할 수 있는 언론관을 제시해야죠. 가령 조선의 비판에 대해서도 '나는 얼마든지 비판해도 좋다. 그렇지만 공적으로 선을 넘어서는 안되는거 아니냐.'는 태도를 보여야죠. '당신들 내가 고졸이라 우습게 보여?'라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좋은 사례가 있어요. 국민의 정부 당시 햇볕 정책 지지율은 항상 과반을 넘었죠.(전 이 여론이 바로 이회창 낙선을 불러온 힘이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당시 한나라당에선 퍼주기라고 비난을 퍼부어댔죠. 그러면 햇볕정책 지지자들은 한나라당의 비난을 반대햇을까요? 아마 그렇지 않았을 겁니다. 상당수는, 아니 다수는 '햇볕정책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한나라당이 그렇게 비판하고 그러는 것도 필요하지 않냐.'고 대꾸했을 겁니다. 그러다가 막상 이회창 측이 비판을 넘어 임동권을 해임하며 권력을 휘두르자 돌아선 거죠. 대중은 이렇게 중도적입니다. 노무현 편이냐, 조선 편이냐로 갈리지 않아요. 그런데 노무현 측에선 자신들에게 동의하지 않으면 '넌 좃중동에 세뇌되서 그래'라는 막말을 서슴치 않았죠. 그런 상황에서 대중이 돌아서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했을 겁니다.

6. 안티 조선의 미래
그리하여 속류화된 끝에 안티조선은 망했습니다. 안망하면 이상한 거죠. 공적 문제제기에서 개인 미화 찬양용으로 변질되었으니 한국같은 근대 사회에서 안망하면 이상한 겁니다.

그렇다면 과연 안티조선의 대의는 사라진 걸까요? 전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요거뜨리 좀 조심하는가 싶더니 다시 권력화되는 성향을 보여요. 가령 최근 벌어진 사법 파동이 그래요. '법 논리상 의문이 있다.' 혹은 '법 조항상 어쩔 수 없지만 이러저러한 현실에 비추어 개정이 요구된다' 이런 주장은 있을 수 있죠. 그런데 그게 아니엇죠? '판사 인사 문제'부터 연구 단체해체라는 초법적 발상까지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이거뜨리 아주 지 세상 온줄 알아요.

이런 부분에 대한 반발은 물론이거니와 수요 자체가 곧 발생하리라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참여정부를 거치며 안티 조선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안좋아져 버렸어요. 주체의 동력이 많이 상실했다는 거지요. 그렇지만 전  조선등이 사법 파동과 같은 태도를 보여준다면 -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다시 일어나리라 봅니다.

그런 점에서 안티 조선을 빌어 노무현을 변호하려는 시도는 무의미해요. 그거 안티 조선의 미래를 막는 장애물이 되기 쉬워요. 아구 날림이지만 제 밥벌이상 여기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