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물론 농담인 거 아시죠. 절대로 친노 선수까지는 아니고, 그냥 허접한 일개 친노 성향 네티즌입니다. 먹고살기 바빠서 잠깐씩 눈팅만 하다가 레드문님의 글과 뒤이은 묘익천님의 글을 보고 뭔가 답글이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하던 차에 마침 카르마님의 친노 호출 글을 보고 용기를 내어 올립니다. 본격적인 반론 글은 아니고 그냥 몇가지 질문을 드리는 식으로 하겠습니다.

편의상 한국 사회의 주요모순을 영남패권주의와 이에 저항하는 호남지역주의의 대립으로 보면서 제반 사회정치 현상을 평가하는 태도를 ‘영패론 프레임’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저는 레드문님을 비롯한 상당수 호남지역주의자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영패론 프레임을 갖고 있다고 봅니다.

영패론 프레임에 따르면 영남패권주의는 명백한 불의이며 호남지역주의는 영패의 피해자이자 저항주체로서 확고한 윤리적 정당성을 가집니다. 한국의 민주화는 영패주의를 해체하는 과정과 본질상 동일하며 이런 점에서 호남지역주의는 민주주의의 동력이자 보루가 됩니다.

영패의 지역차별 구조가 온존하는 조건에서 어설픈 지역주의 양비론은 영패주의와 호남지역주의의 본질적인 차이를 덮어버리고 양쪽을 등가적으로 비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호남지역주의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영패주의를 유지하는 이데올로기로 기능합니다.

이런 점에서 일부 진보세력과 친노진영의 노골적인 호남지역주의 비판은 명백한 이적 행위이자 영패주의 부역논리로서 시급히 무력화시켜야 할 대상이 됩니다. 특히 친노세력 일부는 출신성분 등을 고려해 볼 때 신영패주의적 성향이 있는 것으로 의심됩니다. 

대략 맞게 정리했습니까?
약간 거칠긴 하지만, 기본 얼개에선 크게 틀리지 않았으리라 봅니다.
저는 이러한 영패론 프레임에 대해 일부 공감하는 부분도 있지만, 다음과 같은 몇가지 의문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모든 프레임이 그렇듯이 영패론 프레임도 지나친 단순화와 환원론의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영남패권주의와 호남지역주의의 대립이란 관점에서만 제반 현상을 평가하기 시작하면 노무현과 친노세력은 호남지역주의를 배신한 영패주의 꼭두각시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마치 계급론적 프레임에서 보자면 노무현뿐 아니라 김대중도 신자유주의자이자 자본가의 하수인일 뿐이고, 반대로 반공주의 프레임에서 보자면, 노무현이나 김대중 모두 김정일의 적화노선을 추종하는 좌빨로 비칠 수 있듯이 말입니다. 생전에 노무현이 ‘그럼 나는 좌파 신자유주의자인 모양이죠?’라고 농담을 한 적이 있는데, 지하에서 아마도 ‘이제 영패적 호남지역주의자인 모양이죠?’란 자조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둘째, 영패론 프레임에서는 97년 이전과 이후의 지역주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본질상 크게 차이 없는 것으로, 즉 여전히 영패주의 대 호남지역주의의 대립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저는 최소한 97년 이후 10년간의 지역주의는 이전의 지역주의와 일정한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즉 영패주의의 핵심인 행정권력을 호남지역주의가 접수한 상황에서, 일부 영남인들이 말하듯 호남패권주의 대 영남지역주의까지는 아니더라도, 호남지역주의 대 영남지역주의의 대립 정도로는 봐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는 거죠. 물론 중앙 행정권력을 제외한 여타 영역에선 여전히 영패주의가 퇴각했다고 보기 어렵고, 또 그들이 언제든 행정권력까지 재탈환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갖고 기회를 엿보고 있던 상황이긴 했지만 말입니다. 어쨌거나 영패의 핵심수단이었던 행정권력을 상실한 상황을 이전과 동일하게 보기는 곤란하다는 거죠.

셋째는, 이렇게 변화한 조건에서 제기된 지역주의 극복론을 97년 이전에 유포된 지역주의 양비론이나 3김청산론과 동일선상에서 비난할 수 있냐는 겁니다. 97년 이전 상황에서는 지역주의 양비론이 분명 영패주의를 관철하는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호남지역주의가 행정권력을 장악한 상황에서 제기된 지역주의 극복론을 과연 신종 영패주의 이데올로기라고 볼 수 있을까요? 오히려 영남지역주의의 균열과 호남지역주의 쇄신을 통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지역연합의 형성 노력이라고 평가할 부분은 없을까요?

넷째, 연관되는 이야기지만, 노무현 정권이나 친노세력의 지역주의 극복노선을 지나치게 결과론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니냐 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지역주의 극복 노력이 역설적으로 영남지역주의의 균열이 아닌 호남지역주의의 균열을, 호남지역주의의 쇄신이 아닌 영남지역주의의 쇄신(?)을 가능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2007년 영남지역주의의 정권탈환에 일조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그에 대한 엄중한 비판은 불가피할 것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애초의 의도와 달리 그런 역설적 결과가 나타나게 된 이유와 배경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분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를 단순히 노무현과 친노세력의 영패주의적 속성이나 호남배신에서만 찾는다면 그것은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결과론적 평가로서 실질적이고 유용한 교훈을 얻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 봅니다.(이와 관련 노무현의 '실패'가 '호남에 대한' 배신 때문이냐, '호남의' 배신 때문이냐를 따져보는 것도 아주 좋은 '떡밥'일 것 같네요. 근데 설마 진짜 이 떡밥을 무는 건 아니겠죠^^ )

다섯째, 영패론 프레임이 지나치게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만을 반영하거나 그 이데올로기로서만 복무하는 건 아니냐 하는 겁니다. 영패론 프레임은 친노세력에 대해 정파적 이해관계나 헤게모니 쟁취를 위해 호남지역주의를 무차별 공격한다고 강하게 비난합니다. 분명 그런 면이 있겠죠. 그런데, 똑같은 논리가 영패론 프레임을 견지하는 세력에게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요? 영패론 프레임 자체가 소위 개혁진영 내에서 경쟁세력을 배제하고 무력화하기 위한 데마고기의 기능을 수행하지는 않느냐 하는 겁니다. 사실 정치집단이 자파의 세력을 확장하고 권력을 잡기 위해 이런저런 명분을 내세워 경쟁세력이나 적대세력을 비판, 공격하는 거야 극히 자연스런 일이니 새삼스러울 건 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한발짝 떨어져서 그런 논리들이 과연 규범적으로 옳고, 사실적 근거가 있는지, 그리고 전략적으로 쓸만한지를 좀 더 냉정히 평가해봐야 하겠죠. 그런데, 지금은 너무나 특정 정파의 '키워'로서만 기능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이 됩니다. 이건 물론 저에게도 해당되는 말입니다만.

마지막으로, 과연 영패론 프레임이 제시하는 지역주의 문제의 해법과 전략은 무엇이냐 하는 점입니다. 영패론 프레임은 친노세력의 지역주의 극복노선이 영남패권의 현실과 지역차별의 참상을 도외시하면서 피해자인 호남지역주의에만 변화를 요구한다고 비난합니다. 친노의 지역주의 인식이 규범적으로 옳지 않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는 상대를 도덕적으로 공격하기 위한 전형적인 마타도어라고 봅니다. 저는 친노세력 역시 지역차별이나 지역패권적 현실에 대해선 영패론 프레임과 마찬가지로 분명한 규범적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다만 그런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에서 영패론 프레임과 약간 입장을 달리할 뿐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앞으론 비생산적인 도덕적, 감정적 비난은 좀 삼가고, 주로 사실 판단과 전략적 유용성 문제를 중심에 놓고 토론을 했으면 합니다. 이와 관련해 영패론 프레임에선 이명박 정권의 성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여전히 영남패권주의 정권인지, 아니면 수도권-영남 연합패권주의 정권인지, 그냥 영남지역주의 정권인지 등등), 그리고 현 상황에서 기존의 지역연합론 이외에 혹 새로운 다른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사실 저에겐 지역주의보다 먹고사니즘(밥그릇주의)이 더 중요한데, 너무 무리했습니다. 어쨌든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함께 배울 수 있는 대화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