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떠올라서 두서없이 그냥 쓴다.


우리나라 정치에서 '서민'이라는 용어는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사실 이 서민이라는 용어의 실체는 불분명하다.

'노동자'라는 용어처럼 계급적인 함의를 갖는 것도 아니고,

'빈민'이라는 용어처럼 절대적인 사회경제적인 함의를 갖는 것도 아니다.

단지 '일반 사람들'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서민이란 무엇인가? 한번 여기에서는 간략한 스케치를 해보고자 한다.


정치권에서 쓰는 말을 볼 때나, 시민 인터뷰를 볼 때나 서민은 최극빈층은 아닌 것 같다.

어쨌든 서민경제 활성화라던지, 서민의 생활을 조금 나아지게 해야 한다던지 하는 말을 보면

어쨌든 서민이란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이고 최소한의 돈벌이는 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서민은 최극빈층은 아니다.


이와 유사하게 서민을 노동자 계급이라고 볼 수도 없다.

일단 대한민국에는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생각만큼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대졸자 인구는 화이트칼라 노동을 할지언정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민을 노동자로 등치시키는 것도 좀 무리인 것 같다.


더구나 내 주변의 대졸자 내지는 예비 대졸자,

그리고 대기업에서 화이트칼라 직종에서 일하면서 전세 집에서 사는 사람들도 자신들을 서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꽤 있는 것 같다.

부장 이상의 임원이 아닌 이상은 이해가 가는 생각이지만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에서 훨씬 적은 임금을 받는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이들을 서민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어쨋든 '서민'이라는 용어 속에서 대기업 화이트칼라 노동자와 자영업자, 중소기업 화이트칼라 노동자와 가끔은 대기업 블루칼라 노동자까지 하나의 실체로 뭉뚱그러뜨려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일단 서민은 부르주아도 프롤레타리아도 아니다. 그렇다면 서민을 '쁘띠 부르주아'로 볼 수는 없을까?

본디 맑스주의자들은 '쁘띠 부르주아'를 일종의 경멸적 의미로 사용하였더랬다.

농민이나 자영업자 등의 사람들은 소득수준이나 삶이 사실상 노동자와 별 차이가 없지만 자기 소유의 부동산 등 재산이 조금 있다는 이유로 부르주아와 같은 사고체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프롤레타리아 중심의 계급혁명을 위해서는 일단 쁘띠부르주아 계급을 의식화하던가 최소한 사회에서 쁘띠부르주아적인 사고방식은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렇지만 언제부턴가 사회학, 역사학 등에서는 '쁘띠 부르주아'를 비교적 가치중립적인 용어로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어쨌든 이 계층의 사람들은 재산을 어느 정도 갖고 있으면서 노동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 공통적으로 추출된 것이다.

맑스는 이들이 부르주아와 동일한 사고방식을 갖는다고 비난하였지만 사실 이들은 이들 특유의 사고방식이 있다.

자기 소유의 재산이 있으므로 기본적으로 자본주의 체제는 지지한다. 그렇지만 자신이 소유한 자본이 소규모이기 때문에 대자본에 대해서는 항상 일말의 경계심을 품는다. 왜냐하면 대자본의 농간에 의해서 소자본들이 망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은 국가 주도의 복지정책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았고 따라서 국가 주도의 복지정책의 핵심 로비 세력인 노동자 단체나 대기업에 대해서 비슷하게 적대적이다. 다만 노동자 단체에 대해 더 적대적인 경우가 많은데 그건 쁘띠 부르주아 계급이 보통 근면성이나 성실함 등의 직업윤리에 대해 훨씬 민감하기 때문이며 이들이 보기에 노동자들은 놀고먹으면서 임금을 올려 달라고 하는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다. 쁘띠 부르주아는 부르주아처럼 재산을 늘리는 것이 목표인데, 갖고 있는 재산이 원체 적으니까 하루하루 근면하고 열심히 사는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 이해하기 편할 것이다.


원래 근대 유럽 사회에서 쁘띠부르주아는 소규모 농민, 소상인, 숙련 수공업 장인 등을 의미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 사회에는 사회의 상당수가 쁘띠부르주아 계급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최소한 대한민국 사회가 '이상적'으로 제시하는 중산층의 기준을 생각해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4년제 대학을 나와서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다음으로는 그 '이상'들이 50대 넘어서 명퇴당하고 차린 수많은 식당과 가게 등 자영업자가 된다는 현실을 생각해볼 수 있다.

(혹은 택시 기사가 될 수도 있다)

어쨌든 대한민국에서 가방끈 좀 있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대기업 화이트칼라 노동자 혹은 자영업자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자영업자가 쁘띠부르주아라는 거야 거의 당연한 것이고, 대기업 화이트칼라 노동자에 대해서는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다.

사실 화이트칼라 노동자는 기존 이론에서 엄청 다루기 어려운데, 역사학적으로나 사회학적으로나 '노동자 계급'을 말하면 대체로 블루칼라 내지는 어쨌든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들을 의미했지 정신노동이나 사무노동을 하는 사람을 의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사람들은 대체로 최소한의 고등교육은 받고, 의식적으로는 스스로를 사회 중산층 이상이라고 여기지만 사실 재산을 축적해서 풍족하게 살기에는 그 나름대로 또 어렵다는 점에서 완전한 부르주아라고 보기엔 어렵다. 따라서 이들도 쁘띠 부르주아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은 쁘띠부르주아의 나라이다.

소수의 RO 조직원들 외에는 그 누구도 자본주의의의 전복을 바라지 않는다.

지금까지 쌓아온 재산, 키워온 아이들의 미래를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에서 사회주의가 안되는 거다. 특히 IMF 이후는. 자영업자가 엄청 늘어났으니까.

대신 이들은 대기업의 전횡도 그닥 탐탁해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러다 보면 노조의 파업이 터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짜증나니까. 그게 1번.

2번은 대기업이 골목상권 침해 등등으로 해서 직접적으로 자기네 생계를 위협하니까. 이렇게 두 가지는 특히 자영업자에 해당되는 부분.

3번은 화이트칼라들의 경우. 이들은 배운 게 있어서 사회정의에 대한 의식도 좀 있고, 보다 직접적으로는 자기네 권인 보장을 위해서도 대기업 경영부가 약간은 제어되는 것이 좋으니까 가 아닐까 싶다. 사실 이 3번은 주장하면서도 자신감이 좀 없다.


어쨌든 이 쁘띠부르주아가 바로 서민이고 이걸 파악 못하는 이상 정치인들은 바보나 다름없다.

원래 쁘띠부르주아는 혁명적이기도 하고 수구적이기도 한 계급이다. 우파적이면서도 좌파적이다.

이들을 잘 파악하면 정치는 좀 더 쉬워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