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댓글로 쓰려다가 그냥 새 글 썼습니다.

일단 차칸노르님이 오랜만에 글을 쓰신 점은 환영합니다.

그런데 전 좀 문제삼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차칸노르님이 샌델의 글의 요지를 오독하셨다는 게 그겁니다.
복귀하시자마자 시비 거는 것 같아서 모양새가 그닥 좋진 않지만 분명히 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그렇게 해야겠지요.

님은 샌델의 논지를 다음과 같이 파악하고 계십니다.
마 이클 샌델은 이 같은 자유주의(리버태리어니즘)의 모순때문에 시장에 도덕적 가치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한다. 즉 경제학과 시장이 객관성과 과학성을 확보하면서 효율성을 추구하며 도외시한 도덕적 가치에 대해서 경제학과 시장은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급기야 샌델은 "incentivise"라는 단어의 사용을 금지하고 싶다고 까지 말한다. 인센티브, 유인이 없는 시장은 사실상 자유시장경제의 부정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샌델은 자유시장경제 말고 정부가 개입하는 경제를 원한다."
그런데 칼도 님이 번역하신 원문은 이렇습니다.

나는 내가 세계를 통치한다면 이 관행들을 금지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다. 나는 더 큰 목표를 염두에 두고 있다: 경제적 논리가 공공의 심성에, 그리고 우리의 도덕적 및 정치적 상상력에 행사하는 장악력을 느슨하게 하기.

(중략)

경제학 교과서를 개정하는 한편, 나는 온건한 법령 하나를 공포할 것이다: 나는 정치학자들, 은행가들, 기업 중역들, 그리고 정책 분석가들의 용어들 중 하나로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흉물스러운 새 동사 하나 - “인센티바이즈” - 의 사용을 금지할 것이다. 이 동사를 금지하는 것은 우리가 공공선을 추구하는 예전의, 덜 경제학적인 방식들 - 심의, 논증, 설득 - 을 회복하는 것을 도울 것이다.


그러니까 샌델이  '인센티바이즈'라는 말을 금지하자는 맥락은 자유시장의 맥락과는 그닥 관계가 없는 부분이고,
샌델이 말하는 것이 자유시장경제의 부정도 아닙니다.
단지 시장영역이 바람직하게 작용하는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을 규제해서, 후자의 경우에는 시장논리가 침투하는 것을 규제하자는 말일 뿐입니다. 물론 시장영역이 작동하는 것이 바람직한 영역은 어떤 것이며 그렇지 않은 영역은 어떤 것인가 하는 부분은 민주적인 심의와 의견수렴을 통해서 결정이 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예컨대 여기서 샌델이 예로 드는 정치학, 정책 분석 등의 영역은 시장과 관련은 갖지만 '경제적 효용'이라는 가치보다는 '시민적 공공성'이라는 가치가 더욱 중요시되어야 할 영역이라고 샌델은 생각하는 듯합니다. 기업의 경우에도 단순한 경제적 인센티브만으로는 제공되지 않는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라는 영역이 있고, 은행의 경우에도 최선의 수익을 낸다기보다는 국가경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금융기관으로서 심의(deliberate)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샌델이 말하는 '인센티브'라는 것이 금전적 인센티브에 국한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경제외적 인센티브, 예컨대 도덕적, 사회적 인센티브는 샌델이 말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마 샌델의 논지에 비추어 보건대 도덕적인 인센티브, 즉 특정 행위에 대해서 도덕적인 칭찬이나 비난을 하는 것에 그는 찬성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문제는 무엇인가. 경제외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가 대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걸 가리켜 차칸노르님 같은 분은 경제적 의식적 근대화이며 자유주의화라고 주장하실 수도 있으나 이미 막스 베버 같은 사회학자는 근대화가 반드시 긍정적인 과정만은 아니라는 점을 우려한 바 있습니다.
예컨대 근대국가는 '탈신비화/탈주술화(demystification)'의 과정을 통해 교회로부터 권력을 빼앗고 일정정도의 인민해방은 이루었지만 결국에는 더욱더 강력한 '쇠우리(iron cage)'로서 국민의 삶을 억압하리라 우려한 바가 있습니다.
저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도 마찬가지로 작용한다고 봅니다.
경제적 효용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사회는 기존에 사회에 존재하던 '정'이라던지 개인적 관계들을 점차 파편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물론 그럼으로써 사람들이 얻는 해방감도 있겠지요. 그렇지만 공공성이라던가 소속감이라던가 하는 측면에서 우리가 잃는 것도 분명히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경제논리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으로 침투하는 것은 기를 쓰고 막아야 하는 것이고, 샌델도 그러한 점을 지적하는 것이지 사회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영역에서 시장논리를 제한하자는 주장을 '자유시장을 부정하는 주장'으로 치환하시는 님을 보면서 마치
조금의 정부 개입에도 '사회주의'를 외치는 보수적 경제학자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은 더 많겠지만 이쯤에서 글을 끝내겠습니다. 많은 말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