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매한 도덕기준은 흔히 패권적 수사로 전용되기 마련입니다. 터무니 없이 높은 기준은 현실속의 의미있는 차이들을 평탄화 시키는 논리로 작동하며, 이것은 "좀 더 나쁜놈"에게 유리하게 됩니다. 영남 패권이 지역주의라는 가치중립적 수사를 즐겨 사용하는 이유는 그것이 영남 패권과 호남 지역주의의 차이를 평탄화 시켜 영남 패권의 잘못을 덮는 면죄부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칭 진보 개혁파들 역시 이러한 영남 패권의 양비론 수사에 낚여 고매한 지역주의 담론에 취해 영호남을 동등하게 때립니다.

희한한것은 많은 경우 그들은 영호남을 동등하게 때리지도 않는 다는 것입니다. 즉, 그들은 약자인 호남을 더 때려버립니다. 그들은 이미 부도덕한 양비론을 더 부도덕한 일방적 "호남비판론"으로 바꾼뒤 이를 호남을 협박해 표를 얻어내는 도구로 사용합니다. 여기에는 소위 개혁진영이나 진보나 매한가지입니다. 영남 친노는 그것이 한층 악랄하다는 점에서 독특할 뿐입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세가지입니다. 첫째, 비호남인으로서는 호남의 이익에 대해 공감해줘야할 이유가 없습니다. 진보던 보수던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호남의 아픔에 대해 입에 발린 소리 몇번 해주는 것 이상으로 그들이 호남을 위해 뭘 해줄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비호남 개혁파가 호남을 챙겨주지 않는 수준을 떠나 영남에 비해서 더 때려버리는 어이없는 현실에 대한 설명은 해주지 못합니다.

둘째 설명이 이를 보충합니다. 영남 패권성과 수구 보수성이 한나라당이라는 정당에서 겹친 상황에서, 호남과 진보개혁파는 반한나라당이라는 차원에서 이해관계를 공유합니다. 그리고 호남의 반한나라당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고 할수 있습니다. 진보 개혁파 내부의 각 진영은 이러한 호남의 취약성을 공략해 자기 진영의 세를 불리는데 사용하려 합니다. 그들은 호남을 협박함으로서 표를 얻어냅니다. 이것이 친노는 물론 비노 개혁파, 심지어 진중권 같은 진보 따라지들도 호남에 찐따 붙어 양아치질 하는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그러나 이는 자신들을 밀어준 호남을 모욕하고 발길질 하는 이유는 설명해 주지 못합니다.

세번째 설명이 이를 보충합니다. 호남으로부터 지지를 받는 것은 영남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호남에서의 기반 구축이 더 큰 기반인 영남에서의 지지 상실로 이어지는 모순을 낳는 것입니다. 이것은 그들로 하여금 호남에 손을 벌리면서 동시에 호남을 두들겨 패는 희극을 연출하게 합니다. 호남으로부터 표는 받고 싶으나 이것이 "호남 기반화"로 연결되 영남의 지지를 잃기는 싫다는 눈물겨운 노력입니다. 그들은 호남으로부터 삥을 뜯어내 밥 쳐먹고 돈을 지불하면서 돈에 침을 뱉고 "더러운 돈, 더러운 돈"이라고 소리칩니다.

그들은 이 과정에서 호남에 대한 허위의식을 갖습니다. 즉 호남은 가련한 피해자이긴 한데 권리를 가지지는 않고 언제나 최상의 도덕적인 전략(이것은 대개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세력을 밀어주는 것을 의미합니다)을 선택해 역사발전의 밑거름이 되어야 하는 의무를 갖는 종교적 희생양의 존재입니다. 이것은 그들이 호남의 이익을 생각해줄 필요가 없다는 첫번째 차원과 호남이 자신들의 협박에 굴복해 표를 토해내야 한다는 두번째 차원, 호남에게 도움을 받으면서 호남을 두들겨 팬다는 세번째 차원을 그럴듯한 윤리적 포장지에 담아 정당화내는 훌륭한 수사법입니다.

이것이 그들이 무관심을 호소하는 호남의 목소리에 화를 내는 이유입니다. 즉, 자신들에게 표를 토해내야 하는 거룩한 희생양인 호남이 보통지역화 하는 것도 용납할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호남이 보통지역화 하려 할때마다 온갖 구실을 들어 호남을 비난합니다. "보수화 된 호남" "자신들이 피해를 입었으면 당연히 어떤 개혁적, 진보적 이념에 기대어서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거 아닌가"등등.

보통지역화 하지 않고 진보 개혁의 특정 진영에게 표를 주면? 이때는 진영내부의 목소리가 갈립니다. 표를 얻지 못하는 쪽은 호남을 지역주의라고 비난합니다. 호남이 민주당에게 표를 주면 친노들이 튀어나와 호남이 지역주의라고 비난합니다. 호남이 열린우리당에게 표를 주면진보쪽에서 호남이 지역주의라고 비난합니다. 호남이 386을 지지하면 말러리안이 튀어나와 왜 지역주의 안하냐고 비판합니다. 어디에 표를 줘도 욕을 피할수 없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표를 줘도 욕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호남 표가 부끄럽다고 말합니다. 열린우리당은 호남으로부터 표를 얻어 당선된 후 호남 표를 능멸하며 영남에게 적극 구애했습니다. 호남은 그 무슨 수를 써도 욕을 피할수가 없습니다. 이것은 개혁 정당에 조금만 표를 몰아줘도 금세 찬사가 나오는 영남과는 전혀 다른 처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