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어느 글에서 나를 보고 '노빠'라고 하는(그러나 악의적이진 않은 투로) 의문을 던진 분이 계셨다.
나는 일단 '노빠'가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그 분은 재차 내게 묻는다, 정말로 노빠가 아니냐고.
나는 이것에 대해 정확하게 답을 할 능력이 없다. 왜냐하면 그 분이 내게 던진 질문 중의 '노빠'라는 표현이 어떤 부류의 사람이나 집단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한 '노빠'라는 단어의 어원은 '노무현 빠돌이/빠순이'다. 여기서 빠돌이/빠순이라는 말은 빨아 주는 남자나 여자라는 것이고, 어디를 빠는가 하면 우리 몸에서 노폐물이 가장 많이 배출되는 두 구멍(항문과 생식기)이다. 이 정도라면 대충 무슨 뜻인지, 그 저변에 깔린 의미가 어떻게 되는지는 잘 아실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아주 기본에 충실한 의미에서 나는 노빠인가 아닌가에 대한 질문에 답해보면, 나는 노빠가 아니다. 오히려 거꾸로가 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거꾸로라고 하는 까닭은, 내가 노무현에게 표를 줄 때 나는 그에게 기대한 것이 있었고, 그는 내가 기대한 바를 어느 정도 만족한 수준에서 이뤄줬기 때문이다. 내게 만족을 준, 그러나 나는 오로지 한 표 밖에 준 것이 없는(정치 자금 한 푼도 안 줬고, 어느 사이트에서건 노무현을 특별히 옹호한 적도 없다.) 노무현의 두 구멍을 내가 왜 빨아 줬다고 해야 하는가?

하지만 재차 내게 던져진 질문에 나는 답을 하기 곤란하다.
왜냐하면, 나는 여전히 노무현에게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집권 기간 동안 공과가 공존하고 그를 물어 뜯어야 시원한 매우 많은 사람들이 그가 죽은 후에도 여전히 그에 대한 지지를 혹은 그의 가치관의 계승을 거두지 않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수많은 비난과 비판에 내 마음은 결코 편하지 않다. 아마도 그를 지지해서 대통령에 이르게 한 그 사람들 중의 한 사람으로써 당연히 가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감때문일 수도 있고, 혹은 그런 비판이 묵묵히 있기에는 너무나 지나치다고 보기 때문일 수도 있다.

특히 이런 비난과 비판이 내가 지독히도 혐오하는 한나라당 쪽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지했고 지금도 마음 한 켠에 남아 있는 호남과 민주당, 또는 그에 관련된 사람들로부터 날아 오는 것이라면 더욱 더 그렇다. 이런 경우엔 책임감도 억울함도 더 증폭되어 다가오는 것이다.

아마도 내가 노빠냐 아니냐는 영원히 답을 하기 어려운 질문일 것이다.
위에서 말한 것 말고도 노빠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마다 그 단어가 지칭하는 범위와 성향, 계층, 부류 모든 게 각기 다르기 때문에 이 질문은 사실상 내겐 답을 하기가 불가능하다.

누군가는 노무현의 재임 기간을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표현으로 깔아 뭉개고 싶기도 할 것이고, 노무현을 덜 떨어진, 대통령 감으로는 택도 없는 인물로 깎아 내리고 싶기도 할 것이다만, 뭐, 이런 건 이제와서 내게는 별로 특별한 감정을 불러 일으키지는 못 한다. 다만, 그 손가락질 하는 손가락의 주인이 내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바로 그 사람이나 집단 중 하나라는 게 마음이 아플 뿐이고, 내가 가진 책임감과 억울함을 비겁하게 자극하는 것이 짜증날 뿐이다.

바라건데, 집권을 해서 국가 운영을 한 적도 없고, 정치 일선에 나서서 정치를 해본 적도 없으며, 그저 이런 공론 사이트에서 글을 쓰고 자기의 생각을 밝히는 나같은(혹은 Crete님 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노빠'라는 손가락질은, 심지어 그가 '노무현을 빨아 주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제는 모두 거둬들이는 게 좋지 않을까 한다.('난닝구'라는 표현도 물론이다.)

어떤 사람을 그의 단면만을 가지고 특정한 의미를 갖는 용어를 이용해 집단으로 싸잡는 일은 그 개인에게 매우 억울할 수도 있는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행위다. 특히 내가 그의 일부분이라도 안다면 더욱 더 그렇다.

이런 이유로 나는 최소한 우리 아크로에서는 내게 다시는 '노빠냐?'는 질문이 날아오지 않게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