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마음 공부엔 독서가 최고지

 

 

 

     古書 김 선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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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독서를 통해 마음 공부를 하는 사람

 

일의 특성상 자주 사무실을 옮겨다녀야 했다. 아니 일의 특성이라기보다는 지점의 발전 과정상 그랬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지점에 근무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더 넓은 사무실로 이사를 해야만 한다. 2000 8월 입사 이래로 3번이나 이사를 해야 했다. 지금 있는 곳이 네 번째인데 가장 넓은 사무실을 찾아 이사를 온 것이다. 이제는 더 넓은 곳을 찾을 수가 없어서 이곳 한곳에 머무른 지 4년째가 되었다. 그만큼 한 곳에 오랜 동안 근무한 것이다.

 

우리 지점이 입주해 있는 빌딩이 전철역에서 너무 뚝 떨어져 있다고 불평이 많았었는데 이제는 습관이 되어서인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는 수원에서 출퇴근을 하기 때문에 테헤란로에나 강남대로에 있을 때보다도 더 멀어진 셈이다. 멀리서 통근을 하는 것은 힘들다고 할 수 있지만 나는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밝혔던 것처럼 책을 읽으면서 다니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간다. 회사에서 사보 인터뷰가 있을 때, 농담 삼아 회사 근처에 큰 아파트를 준다고 해도 사양하겠다고 말했지만 그건 어느 정도는 진심이다. 멀리 떨어져 살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에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라 오히려 다행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다. 가까이 살면 게을러지기 마련이어서 책 읽는 시간을 확보하기가 쉽지가 않을 것이다.

 

사족이 길었다. 이렇게 한 곳으로 오랫동안 다니다 보니 많은 것이 익숙해진다. 일정한 시간에 출근을 하다 보니 출근할 때 같은 전철을 타는 사람들을 알게 되고, 심지어 전철역에서 내려 사무실까지 걸어오는 동안에도 늘 만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렇게 오래 다니다 보면 서로 눈인사를 나누기도 하면서 조금씩 가까워진다. 사람간의 만남이 참 우연하면서도 필연적인 것도 같다. 같은 시간대에 같이 만난다는 게 쉬운 일이겠는가 말이다.

 

<수원 성대역에서부터 같이 다니던 김 동만씨, 책을 참 좋아하셨다!> 

 

<출근길, 이수역에서 늘 책을 보며 전철을 기다리던 아가씨>

 

 

지점이 위치에 있는 빌딩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경비를 서시는 분들과 인사를 나눈다. 벌써 몇 년 동안 서로 인사를 주고 받으며 지내는 동안 친하게 되었다. 일을 특성상 고객들을 만나러 자주 외근을 나가기 때문에 자주 인사를 나누게 된다. 드나들 때 늘 아저씨들과 인사를 나눈다. 그 중 유난히 친절하게 인사를 잘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쩌면 그렇게 밝게 인사를 잘 하시는지 도를 깨친 것 같다. 나갈 때는 잘 다녀오시라고 하고, 들어올 때 수고하셨다며 진심을 다해 말씀해 주신다. 몇 번 말씀을 나누기도 해서 더욱 가까운 느낌이 든다. 누가누가 인사를 잘 하나 내기하듯 서로 마음을 다해서 인사를 주고 받는다. 서로 기분이 좋다. 참으로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서로 누가 인사 잘하나 내기를 하셨던 도 트신 아저씨> 미소가 참 아름답다!

 

 

그런데 경비대장님은 좀 무뚝뚝하신 편이다. 이제는 오랫동안 인사를 하고 지내서 가깝게 지내고 있지만 처음에 좀 거부감이 들 정도로 딱딱하셨다. 가끔 다른 직원들에게 언성을 높이는 걸 보면 성격이 보통 괄괄하신 분이 아니었다. 경비 책임을 맡고 있으니 일의 성격상 그럴 수 밖에 없으리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하지만 요즘엔 큰 소리가 들려오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한 곳에 오랫동안 지내다 보니 별 걸 다 보게 된다. 아무튼 쉬이 가까워지기는 어려운 분이셨다. 그런 분이지만 가깝게 지내게 된 이유가 있다.  

 

특이한 점이 하나 있었다. 그분은 오전에 출근하면서 뵐 때는 늘 신문을 보고 계셨고, 오후에 드나들 때 보면 늘 책을 읽고 계셨다. 책을 읽는 모습이 참 특이하단 생각을 했다. 일도 그러려니와 책 읽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경비책임을 맡으신 분이 책을 읽는 경우는 처음 봤기 때문이다.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참 훌륭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경비 서시는 곳을 지나다니면서 책을 읽을 때마다 무슨 책을 읽으시냐고 묻곤 했다. 그러면 군말없이 책을 보여주신다. 내가 늘 책을 들고 다니면서 읽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게 때문에 스스럼없이 보여주시는 것이다. 언젠가 이야기를 좀 오래 나눌 기회가 있어서 얘기를 들어보니 밖으로 나다니길 좋아하시던 분이라 한곳에 붙박여 있으려니 좀이 쑤시고 짜증이 나서 힘드셨다고 하신다. 처음엔 심심해서 책을 읽으셨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책을 읽게 되셨는데 명심보감에서부터 소설 책까지 참 다양한 책을 읽고 계셨다. 역시 책을 많이 보는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헌책방에서 책을 사다가 보신다고 했다. 할 수 없지 않은가, 책값을 아끼려면 헌책을 찾을 수 밖에.

 

책을 읽으면서 마음 공부가 되는 것 같다고 말씀을 하셨다. 전에 안 해본 일 없이 다양한 일을 해 보셨단다. 한 때는 일본에서 일하기도 하셨는데, 젊은 시절 참 밖으로 나다니면서 활동적인 일을 많이 했단다. 그러다가 경비 일을 하시려니 처음에는 무척 힘드셨다고 했다. 조용하게 한 곳에 머물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시니 답답하기도 하고 무료하기도 했단다. 그래서 책을 잡게 되었는데 이젠 큰 즐거움이 되었단다. 무엇보다도 유익한 점은 마음 공부가 되어 화도 어느 정도 다스리게 되었다고 하신다. 성격도 조금씩 바뀌게 된다니 책 읽는 효과가 참 긍정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마음을 다스리게 되어간다니 독서의 덕을 톡톡히 보는 것이 아닌가. 사무실에 한 켠에 책을 잔뜩 싸두고 있는데 나중에 퇴사하면 집으로 가져가서 또 읽어야겠다면서 흐뭇해 하신다. 내 입가에도 절로 미소가 피어 오른다.

 

일의 성격, 직업의 종류를 막론하고 누구나 책을 가까이 하면 마음 공부도 되니 여러모로 유익하다고 할 수 있다. 나도 더욱 분발해서 책을 열심히 읽어야겠다.

 

 

출처: http://www.myinglife.co.kr/bbs/bbs.htm?dbname=D0216&mode=read&premode=list&page=1&ftype=&fval=&backdepth=&seq=34&num=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