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2013년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이때는 대개 모두가 아쉬운 마음과 설레는 마음으로 차분하게 한 해를 보내고 기쁜 마음으로 새해를 준비합니다.

    

하지만 세밑에 들려오는 소식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우리 사회의 아킬레스건이 된 가계부채가 1000조를 넘어서면서 14%의 가구가 소득의 40%를 빚을 상환하는데 써야합니다. 전세 값은 폭등하고, 사교육비는 “그래도 자식만이라도..”하는 간절한 마음을 가진 부모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독거노인들은 동장군이 두렵고, 가장들은 내일만 생각하면 오늘도 퇴근길이 무겁습니다. 그 와중에 국정원 개혁은 여전히 안개속이고, 정치권의 중재로 가까스로 봉합된 철도파업으로 인해 노정갈등이 위험수위로 치닫기도 했습니다. 정말 다사다난이란 말이 실감납니다.

    

저는 요즘 예전에 읽었던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를 짬짬이 다시 읽고 있습니다.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 지혜의 시절이었다.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이자 의심의 세기였으며,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면서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는 모든 것이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는 모두 천국으로 향해 가고자 했지만 우리는 엉뚱한 방향으로 걸어갔다. 말하자면, 지금과 너무나 흡사하게, 그 시절 특정 권위자들 역시 오직 극단적인 비교로만 당시의 사건들의 선악을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이 책은 서로 분위기가 달랐던 런던과 파리 두 도시의 내면을 비교하며, 19세기 산업사회가 만들어 낸 어두운 이면을 조명하고 있지만, ‘극단’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과거 극적인 전환의 시대에는 현명한 지식인(지도자)들이 방향을 결정하고 어리석은 대중을 따르도록 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그때는 그것을 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들 대중을 지도하고 가르쳐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했고, 대중은 그에 피로서 저항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과거 시대입니다. 이제는 일부 전제주의나 독재국가를 제외하고는 힘보다는 설득이, 대립보다는 화해가 우선시 되는 대화와 타협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서거한 넬슨 만델라는 바로 그 정신의 정수를 보여주는 분이었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지금 우리 조국 대한민국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지난 대선에서 모두가 소통과 화합을 약속했습니다. 저는 “증오와 분열을 끝내고 새로운 미래를 열자고, 누가 승리하건 승자는 패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패자는 승자에 협조하자”고 호소했었고, 모두들 거기에 동의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1년도 되지 않아,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여당이 야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고, 야당이 국정에 협조하는 것은 야합으로 불리는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국정원 개혁, 국가 기관의 선거 개입, 철도 파업 등 당장 당면한 현안만 하더라도 1년 전 약속을 생각했다면 이렇게까지 가지는 않을 일이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불신입니다. 잘못은 원칙대로 처리하고, 공기업 개혁은 공론화의 절차를 먼저 거치고, 국정원 개혁은 모두가 문제였다고 생각하는 것을 고치면 됩니다. 하지만 서로가 상대를 불신한 탓에, 서로 상대가 악용할 것이라고 생각한 탓에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신뢰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여주는 장면들이었습니다.

    

얼마 전 프란체스코 교황이 스스로 퇴임한 베네딕트 전 교황을 찾아가 자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청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때 전 교황은 현 교황에게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

    

보수적인 신학관을 가진 분이라고 알려져 있는 전임 교황이, 개혁적인 분이라고 알려진 현 교황에게 한 말이라고 합니다. 그 진실함이 멀리까지 전해졌습니다. 저를 포함한 우리 정치도 개인이나 소속된 정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국가를 위해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 진심으로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물론 저도 많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저도 그 부족함을 잊지 않고 늘 진심을 채우겠습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대하겠습니다. 그 길이 설령 자갈길이라 해도 스스로 몸을 낮추고, 늘 겸손하게 화해의 길, 통합의 길, 진심의 길을 가겠습니다.

    

2013년 한해를 보내면서 국민 여러분께 그 약속을 드리며, 다 같이 희망찬 미래를 맞이하자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희망찬 웃음으로 가득한, 밝고 힘찬 2014년이 되시기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안철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