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기업이면 무조건 좋은가? 아니다.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은 모든 기업들이 국영이었다.

그러면 민영기업이면 무조건 좋은가? 그것 역시 아니다. 대부분의 민영기업들이 비효율적인 막장경영을 하다 망하고, 소수만 살아남는다. 따라서 어떤 국영기업이 민영화된다 해서 반드시 효율적이 되고 개혁이 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오히려 막장경영을 하다가 망할 확률이 더 높다. 시장에서 살아남는 기업보다 퇴출되는 기업들이 훨씬 더 많으니 당연하다.

사실 어떤 기업이 국가소유인가 민간소유인가라는 소유권문제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예를 들어 버스와 택시는 모두 민간소유의 기업들이다. 노동도 경영도 모두 민간인들이 자유롭게 한다. 그러면 버스와 택시는 정말로 민영화된 기업들일까? 그렇지 않다. 경영권의 가장 핵심은 가격결정권이다. 버스와 택시 요금은 모두 정부가 결정한다.

만약 어떤 기업의 가격결정권이 정부에 있다면, 그 기업은 더 이상 민간기업이라 할 수 없다. 그 기업의 실질적인 지배자는 정부라는 것이고 사실상 국영기업과 다를 바 없다. 나는 버스회사끼리 택시회사끼리 서로 경쟁하면서 경영효율화를 위해 애쓴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버스와 택시 요금은 정부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만약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가격을 이건희가 아니라 대통령이나 단체장들이 결정한다면 그 회사를 계속 민간사기업이라 불러도 되는 것일까?

반대로 국가소유라해서 그 기업이 정말로 국영기업인 것도 아니다. 가격이 정부가 아니라 시장의 수요와 공급의 비율로 결정된다면 그 기업은 사실상의 민영회사이다. 과거 포항제철은 국가소유였다. 그러나 철강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었고, 포철은 국내외 민간 철강회사들과 경쟁해야 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중요한건 구매하는 상품의 품질과 가격인거고, 그 회사를 누가 소유하든 사장과 임직원의 신분이 무엇이든 아무 상관이 없다.

요즘 한창 시끄러운 코레일 자회사도 마찬가지다. 민간이 소유하고 운영한다해서 그게 곧바로 민영화인 것은 아니다. 국민입장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핵심은 소유권의 행방이 아니라 가격결정권이 누구에게 있느냐이다. 만약 정부에서 결정한다면 그건 민영화가 아니라 버스나 택시같은 공영화라고 표현해야 옳다. 달라지는건 임직원들의 신분이 준공무원인 공사직에서 민간인으로 바뀌는 것 뿐이다. 따라서 가격결정권에 대한 논의없이 단순히 소유권문제로 치환해서 서로 다투는건 핵심알맹이가 빠진 것이다. 자회사 법인을 설립하면 저절로 경쟁이 되고 개혁이 될 것이라 주장하며 굳이 밀어붙여 끝장을 보자는 것도 웃기는 거고, 민영화라고 주장하며 닥치고 저항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내가 보기에 현재 정부와 노조 쌍방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다. 똑같이 거짓말하고 있을 때 정부의 거짓말이 훨씬 더 나쁘다. 코레일의 방만경영이 문제라는데, 코레일을 경영한건 정부인가 노조인가? 어떤 분은 철도고교 철도대학같은 이너써클이 문제라던데, 코레일의 채용과 인사권을 노조가 행사했다는 말씀인건지 알 수가 없다. 임금이 높아서 문제라고? 그 사람들은 노동시장에서 정정당당하게 공개채용한게 아니라 무슨 연줄로 들어온 어중이 떠중이 낙하산들이었다는 말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쓸데없는 사족들을 모두 제거하면, 결국 코레일 문제의 핵심은 소유권의 향방이 아니라 가격결정권과 이윤을 누가 가져가는가이다. 이윤을 처리하는 방법은 대략 세가지이다. 1. 투자자들이 가져가는 것. 2. 국가가 회수하여 국민 일반에 돌려주는 것. 3. 이윤을 제거한 착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돌려주는 것. 코레일의 모든 자산은 국민의 세금에서 조달한 것이므로, 2가 가장 바람직하다. 과연 수서발 KTX 논란은 그 기본에 충실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