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제가 아크로 회원가입 직전 '눈팅'이란 닉으로 허접한 글을 쓰면서 구 민주당 지지자(속칭 난닝구)들에게 제발 반론 가능한 글 좀 써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오늘 그 분들이 올린 지역주의 관련 글을 보면서  이런 요청이 거의 부질 없는 일이 아닐까 회의하고 있습니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긴 합니다만....

예를 들어 이런 글을 봅시다.

"(전략)....김영삼은 집권 후기로 가면서 노골적으로 호남을 적대시하는 태도를 드러냈다. 호남 소외는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민주화 투쟁에 대한 보상의 문제가 아니다. 사실 이것은 영남 386 등 호남 문제를 "빨리 돈 줄 것 줘서 보내버려라"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세력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은 노무현과 유시민에 이르기까지 공통적이다. 민주화 과정에서 호남이 피 흘렸고, 우리(386 특히 영남 386)이 그 덕을 본 것은 사실인데, 이제 적당히 그 값 쳐서 줄테니 빨리 꺼지고, 높은 분들(영남)이 고상하고 중대한 국가적 과제를 놓고 토론하는 데는 끼어들지 말라는 인식이 그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김영삼과 노무현의 인식에 차이가 있다면 김영삼은 "100원짜리 동전 하나면 됐재?"라고 말하는 반면 노무현은 "헤임, 그게 아니고요, 천원짜리 하나는 줘야 할 거 아임껴?"라고 말하는 차이이다. 지켜보는 호남이나 다른 386들은 금액 차이도 차이지만 노무현이 김영삼에게 '항의'했다는 사실 자체에 노무현에게 감격한 꼴이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본질은 둘 다 "저 지저분한 것들 빨리 돈 줘서 보내라"는 것이다. 지금 유시민을 중심으로 한 국참은 좀 다르다. 이 친구들은 아예 100원짜리 동전도, 천원짜리 지폐도 없는 탓에 호남이 껴안고 있는 깡통이라도 뺏어야겠다는 접근법을 구사한다
...(후략)"--미투라고라님의 1월30일자 메인게시판 글 중의 일부


여기도 있네요.

"(전략)....친노들은 왜 이런 글에 대해 비판하지 않습니까? 너무 터무니없는 주장이기때문에? 그럼 이런 주장들이 버젓히 돌아다니는 현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런 주장들이 버젓히 돌아다니는데도 친노는 지역주의 문제가 호남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까? 호남의 민주당 독점이 가장 핵심적 화두라고 생각합니까? 호남의 민주당 독점이 깨지면 자연스럽게 저절로 지역주의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합니까? 호남이 양보하고 불편을 감수하면 대구의 정서와 민심이 저절로 바뀐다고 생각합니까?...(후략)"--바람계곡님의 오늘자 어느 댓글중 일부

또 있습니다.

"(전략)....아무튼 친노집단이 가지는 가장 큰 정치적 맹점은 자신들의 행태와 말이 불일치한다는 것이져. 호남의 지역독점에 대해서는 실랄하게 공격하면서 정작 자신은 김영삼이 과거 가졌던 지역적 독점을 얻으려는 행태를 서슴치 않았다는 것이져. 동시에 영남의 지역독점 그것도 독재수구세력과 일치했던 지역독점에 대해서는 호남에 대한 문제제기의 반에 반도 해본적이 없다는 것이져. 소위 남이하면 불륜 자기가 하면 로맨스가 난무하다는 것입니다.
자 묻겠습니다. 왜 친노집단은 영남의 반성에 대해서는 그리도 침묵하고 계시나여?
 " --레드문님의 오늘자 자유게시판 포스팅 중 일부


대부분이 이런 식입니다. 
이런 글들에 대해 친노가 과연 어떤 식으로 반박을 해야 하겠습니까?
오죽하면 제가 "김대중이 윤대중이고 김정일 지령을 받는 빨갱이고 노벨상은 돈주고 탔으며 스위스 비밀계좌에 수천억 은닉하고 있다고 믿는 자들을 논리적으로 제압하는 것이 불가능한 이유와 동일하다"고 했겠습니까?

김대중이 싫은 사람에게는 김대중이 하는 100가지 언행 중 자신의 믿음과 배치되는 90가지는 보이지 않거나 무시되거나 전혀 거꾸로 보여지는 반면, 자신의 믿음과 약간이라도 일치하는 10가지는 엄청난 진실성을 가지면서 뇌리에 깊숙하게 각인될 것입니다. "거 봐 김대중이는 역시 좌빨 사기꾼이라니까!"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도 몇 명 만나서 수차례 신나게 이야기 하다 보면 이런 확신은 더욱 강해져서 거의 신앙 수준에 근접하게 될 것입니다. 그야말로 '김대중 광신도'보다 더한 '안티 김대중 광신도'가 되는 것이지요. 이런 믿음을 대변해주는 현실 정치세력이라도 존재한다면 (그리고 그 세력이 강력하기까지 하다면) 그 정치집단의 열성 지지자가 되는 것이겠고요. (사실 이건 안티 김대중 광신도뿐만 아니라 노빠를 비롯한 거의 모든 정치 지지자들의 속성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런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고 또 인간이나 정치의 속성상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에 그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 삼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물론 제 앞에서 직접 그런 소리하면 한바탕 드잡이질을 하지만 말입니다^^) 사실 정치집단의 입장에선 이런 열성지지자들이 필수불가결하기도 합니다.

같은 맥락에서 저는 소위 '난닝구'들의 존재와 그들의 발언권을 인정합니다.
다만 저의 요청은 때와 장소를 좀 가려달라는 겁니다.
서프라이즈나 남프라이즈 같은 데에서 그런다면 전 전혀 말릴 생각 없습니다.
그런 곳은 어차피 그런 광팬들이 만든 사이트입니다. 그들 홈그라운드에서 자기들 하고 싶은 말 하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문제는 제가 생각하기에 아크로는 그런 광팬들의 홈그라운드가 아니라는 거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된다는 겁니다.
아크로는 명색이 논리와 합리를 따지는 공론장입니다. 그럼 그에 걸맞는 논리와 표현방법과 토론예절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걸 좀 지키자는 것이죠.

물론 인터넷토론장이고 게다가 자유게시판이니 너무 빡빡한 걸 요구하고 싶진 않습니다.
또 이명박 정권에 대해서라면 좀 터무니 없는 비판글이라도 대충 넘어갈 용의가 있습니다. 아니 넘어가는 정도가 아니라 적극 맞장구칩니다^^(사실 이래선 안되지 말입니다~)

그러나 아크로에서 친노세력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이 홍수를 이루는 것은 친노 네티즌 입장에서 그대로 지나치기 쉽지 않습니다.
애써 무시하려다가도  너무 심하다 싶으면 같이 조롱하고 비아냥대는 댓글을 달게 됩니다. (김대중=빨갱이 식의 글에 무슨 진지한 댓글을 달겠습니까?) 그럼 아크로 게시판이 난장판이 됩니다. 혹자는 이걸 흥행성공이라고 하더군요^^

쓸 데 없이 또 글이 길어지고 있네요. 줄이겠습니다.
다시 한번 호소합니다. 친노세력에 대한 비판 좋습니다. 아니 친노의 대부 노무현에 대한 비판도 얼마든지 좋습니다.
욕 먹을 짓 하면 욕 먹어야 합니다.
다만 김대중=빨갱이식의 노무현/친노=영패주의자 요딴 황당한 이야기 말고 좀 근거있는 비판, 반론가능한 비판을 부탁드립니다.

P.S.   1. 훈장질이니 뭐니 이런 비난 감수합니다. 
           단 노무현/친노가 영패주의자인 근거 다 제시했다, 앞에 글 찾아서 읽어봐라, 요따구 4가지 없는 글은 사양합니다. 

         2. 글 쓰는 중에 TV에서, 상반기 중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을 전하는군요. 잘 하면 이명박이 남북관계에서도 제법 큰 업적을 남길 수 있겠네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명박은 참 운 좋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김정일 역시 이런 이명박의 욕심을 이용해 상당한 걸 챙기려고  할 겁니다. 단기적으로 볼 때 지방선거에 큰 영향은 별로 없을 것 같고(민주당 정권 같으면 오히려 역풍이 불겠지만, 이명박 정권이니 역풍까지는 불지 않을 겁니다), 남북관계가 본격 개선되면 중장기적으로는 국내정치 지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거라고 봅니다. 이런 점에 대해서도 아크로에서 한번 토론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아마 시닉스님 전공인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