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님의 <인종주의 2중대>라는 글에서 윌마님은 게시판에서의 지역감정 조장을 하는 표현의 제재와 관련해서 다음과 같이 말씀을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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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테님 의견에 동의하기도 하고 조금 여유를 둬도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요.
우선 크레테님 의견에 동의를 합니다. 그래야 안전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그래서 karma님이 올리신 글에 호남근본주의 수식어로 "알량한"이라는 단어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은데
권고해 주시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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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마님의 저 말씀이 나온 맥락을 따지면, 제가 사용한 "알량한 호남근본주의"라는 용어가 지역감정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읽힙니다. 윌마님이 저의 표현을 왜 그렇게 읽었는지 직접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 전에 제가 저 용어를 어떤 맥락에서 사용했는지 설명을 해야겠네요.

저는 게시판에서 불붙고 있는 논쟁을 "영남패권주의 vs. 호남근본주의"라고 정리를 하면서, 양자 모두를 지양할 것을 부탁하는 글을 썼습니다. "알량한 호남근본주의"라는 표현은 바로 그 글에서 나온 표현이구요. 이 표현은 호남근본주의가 지닐 수 밖에 없는 비타협, 고립주의, 배타성을 "알량한"이라는 표현과 함께 묶어 놓음으로서, 호남근본주의 자체를 비판하고자 하는 용어로 썼던 것입니다. <영남패권주의 vs. 호남근본주의>는 또한 영남패권주의를 비판하고자 했던 글이었기 때문에, "알량한 [영남]패권주의"라고도 썼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왜 영남패권주의와 호남근본주의와 같은 지양해야할 가치를 전면에 내세웠느냐?라고 질문을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왜? 그것이 게시판의 현실이라고 저는 보았기 때문입니다. 호남근본주의자들의 영남패권주의에 대한 비판과 그것에 대한 답변요구, 그리고 이에 대한 영남패권주의자들의 호남근본주의자들의 질문에 대한 침묵.


물론, 아크로에 있는 친호남 모두가 근본주의자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심지어는 한 명의 친호남 개인 내에서도 호남근본주의의 모습과 친노의 모습이 동시에 읽혀지기도 합니다. 단적인 예로, 묘익천님의 경우는 영남과 호남과 관련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다가도, 친호남 정서의 인종주의화와 같은 어떤 특정 사안에 대해서는 호남근본주의자의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냐구요? 영남패권주의 측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죠. 상대방이 상대를 안 해주니까, 그냥 호남으로 호남으로 고립되는 겁니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는 겁니다. 현실로 존재하는 영남패권주의를 도데체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혹은, 호남근본주의에 대해서 그것이 인종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산하님의 염려에 어떤 친호남은 그것을 인정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친호남은 그것을 비판하기도 합니다. 후자의 경우는 근본주의로, 인종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있겠죠. 저항적 인종주의요? 어쩔 수 없는 인종주의입니다.

<영남패권주의 vs. 호남근본주의>를 쓰고 나서, 내심 기대를 했었습니다. 저 두 이념이 지닌 상존하는 모순에 대해 이제 그만 서로들이 인정을 했으면 하구요. 제가 받은 느낌은? 호남근본주의자들의 경우는 자신들이 호남근본주의자일 수 있다는 것을, 그렇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거구요. 물론 아닌 분들도 있겠죠. 친영남의 경우에서는 영남패권주의에 대해 어느 정도 까지는 인정을 하겠지만, 어떤 비판에 대해서는 수긍을 하지 않겠죠.

그렇다면 과연 친영남은 어느 정도 까지 영남패권주의를 인정을 할까요? 정서적, 문화적 차별이 있었다는 것에 대한 인정? 경제적 차별에 대한 인정은? 정치적 차별에 대한 인정은? 유시민의 호남 때리기가 영남패권주의에서 부터 나왔다는 것에 대한 인정은? 노무현의 영남패권주의에 대한 인정은? 게시판의 정치에 대해서 쓰여진 글이기에, 그리고 현실 정치는 잘 모르기에 유시민과 노무현에 대해서는 장담하지는 못하겠네요.

호남근본주의가 과거에 그리고 여전히 지금도 어쩔 수 없이 취할 수 밖에 없는 정치적 선택이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이런 저런 논쟁을 통해 그것을 넘어서야겠지만요.

저는 영남패권주의와 호남근본주의 모두 알량하다고 썼었죠. 정말 알량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죠. 시시하고 보잘 것이 없다는 말입니다. 저의 관점에서 그렇다는 겁니다. 저 두 이념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에서 발휘하는 힘은 엄청나겠죠. 그래도 저에겐 시시하고 보잘 것 없다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시시하고 보잘 것 없으니까요. 왜? 저런 알량한 이념들로는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을 테니까요. "그럼 넌 뭘 할 수 있는데?"라고 물으신다면... 전 할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겠네요.

이제 양 쪽에서 뺨 맞을 일만 남았나요? 괴로운 글을 쓰고야 말았습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 답변을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