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패권주의 vs. 호남근본주의. 대한민국의 축소판일 아크로에서의 논쟁을 잘 보여주는 대결 구도다 싶네요.
호남 패권주의란 말은 거의 안 쓰이고, 영남 근본주의라는 말도 안쓰이는 듯합니다. 호남은 휘두를 패권이 없어서인지, 혹은 그나마 쥐고 있는 패권을 휘두르자니 그랬다간 그 알량한 패권마져 빼앗길까 봐서인가 싶습니다. 기왕 거대한 패권을 쥐고 있는 영남은 근본주의 같은 걸 들이밀 필요도 없겠죠. 영남이 대한민국의 근간이고 근본인데 영남 근본주의 이런걸 주장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영남패권주의 vs. 호남근본주의라는 대결 구도에서 영남과 호남이란 명칭 대신에 다음과 같은 대결 구도를 대입할 수 있을 듯합니다.
즉, 미국패권주의 vs. 이슬람근본주의. 이렇게 하면, 영남패권주의와 호남근본주의 간에 서로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네요. 물론, 영남과 호남의 관계를 미국과 이슬람 간의 전쟁과 같은 것으로 환원하려는 것은 아니고, 그냥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까봐서 대입해본 것입니다.

물론, 영남패권주의 vs. 호남근본주의가 대한민국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내놓을 정치에 대한 전망이나, 연대의 모색에는 별 도움을 주지 않겠다 싶습니다. 무엇보다, 영남이든, 호남이든, 영남패권주의와 호남근본주의를 극복해보고자 하는 세력들을 찾는 것이목표가 되어야 할테니말이죠. 물론, 그 알량한 패권주의와 근본주의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서 전망을 내놓는 것은 가장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겠죠.

영남과 호남의 관계를 산하님 식으로 인종주의 1중대와 인종주의 2중대라고 부를 수도 있겠구요. 현재와 과거의 쪼그라든 정치적 지분을 따지면서, 통쾌하게 비꼬는 잔노(잔류노무현) vs. 잔민(잔류민주당)이렇게 부를 수도 있겠습니다. 혹은 친노 vs. 반노 이럴 수도 있겠군요. 개쌍도 vs. 전라디언 등등 떠올리면 수도 없이 많겠네요.

저항적 호남근본주의 이런 용어도 있는데, 누가 선사했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아름다울 뿐인 용어겠네요. 마치, 장애인을 장애인이라 부르지 못하고, 장애인을 대상화시켜 부르는 장애우와 같이 말이죠. 그리고 저항적 호남근본주의는 동어반복이 되겠습니다. 근본주의는 기본적으로 근본이 아닌 것들, 근본으로 포함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저항을 내포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영남과 호남을 둘러싼 현실에 대해, 영남패권주의 vs. 호남근본주의라는 딱지붙이기부터, 잔노 vs. 잔민, 친노 vs. 반노까지 여러 다양한 이름들이 불려질 수 있겠죠. 명심해야 될 것은 제가 예로 든 이름들은 그냥 이름일 뿐입니다. 현실의 한 단면 만을 보여주는, 물론 그 한 단면으로 많은 것을 설명할 수는 있을, 한 단면일 뿐이겠지만요. 저는 이곳에서 karma라고 불리우지만, 다른 곳에서는 또 다르게 불리우고, karma라는 이름이 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영남패권주의가 영남 전체를 설명할 수 없고, 호남근본주의가 호남 전체를 설명할 수 없듯이 말이죠.

영남과 호남을 둘러싼 정치공학을 잘 모르는 저로서는, 위에 예로 든 이름들 말고, 더 좋은 어떤 이름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