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토론 사이트에서의 익명성의 중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던 사람으로서 한 마디 하고 싶네요.

이전 글에서 회원가입 없이 자유롭게 본글과 댓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아크로 자유게시판의 장점이라고도 썼었습니다.
이를 통해 회원가입을 하지 않은 눈팅족들이 부담 없이 의견개진을 할 수 있겠죠.
아니면,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닌갑다"라고 여기고는 발을 끊을 수도 있겠구요.
혹은, 흥미가 있어서 눈팅을 하다가 어떤 글에 선플을 남길 수도 있고, 악플을 남길 수도 있겠죠.
그러다가 자게판에 본글을 하나 쯤 올릴 수도 있겠고, 회원가입도 할 수 있겠다 싶네요.

우리는 유령, 즉 눈팅족의 정체를 알 수는 없습니다. 왜? 유령이니까. 
정체를 알 수 없기는 하지만 유령, 즉 눈팅족이 아크로를 애워싸고 있다는 것만은 염두에 두면 되겠습니다.
그 눈팅족들이 아크로의 가장 중요한 힘들 중에 하나라는 것을 염두에 두면 되겠다는 것이죠.
제가 이곳에 최초로 썼던 글인 <토론이란 무엇인가?>에서 한 토론자가 어떤 주장을 펼칠 때 자신의 눈 앞에 있는 토론 상대자를 설복시키기 위해서 어떤 주장을 펼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관객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라고 썼었죠. 눈팅족들을 언제나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그리고 이곳에서의 논객은 수많은 관객들 중에서 자신의 주장에 동조하는 관객의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것이 논쟁에서의 중요한 기술이기도 하겠네요. 그렇게 되려면, 논쟁의 기술, 설득의 기술이 중요하겠네요.

크리트님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아크로에 오게된 유령, 즉 눈팅족들에게 "이곳 아크로는 노무현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즉, 친노의 정체성을 가진 눈팅족들이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닌갑다"라고 여기고 아크로를 떠나게 되는 것을 우려하신 것이겠죠.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저는 이것에 대한 해결책은 친노라는 정체성을 가진 분들의 분발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봅니다. 이는 크리트님, 네오경제님 말고도, 눈팅으로 암약하는 친노들이 더 설득력 있는 주장을 내놓는 것 외에는 다른 해결책이 없다고 보는 것이죠. 무엇보다, 친노는 쪽 수가 모자른 것처럼 보이니, 친노 눈팅의 커밍아웃이 필요한 시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더... 자신의 정체를 들어내지 않는, 혹은 정체를 숨기는, 혹은 부분적으로만 드러내는 유령, 즉 눈팅들의 정치적 성향, 문화적 취향과 같은 정체성들이 이럴 것이다 혹은 저럴 것이다라고 상상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봅니다. 엄연히 자게판에 나타난 댓글과 같은 눈팅들의 반응만을 참조점으로 삼아야겠죠.

마지막으로, 유령들의 악플에 대하여... 방문자 수가 증가하고, 더 많은 눈팅들이 생겨나고, 논쟁이 격해지면, 유령들의 악플은 더 많아질 수 있겠다 싶습니다. 어느 정도 통제와 재재가 필요하겠지만, 아크로가 커가는데 있어서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제도적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이전에 상록수님에 대한 제재가 있었습니다. 글쓰기 제재가 풀리고 나서, 난데 없이 저에게 채팅신청을 하시길레 쫌 놀랬습니다. 쌩초면인 저에게 채팅신청하시는 것을 보구선, 얼마나 말이 하고 싶어 답답했으면 그럴까 싶었죠. 그래서 드리는 말씀이, 글쓰기 제재를 당할 정도의 유령에게도 말 할 수 있는 공간을 주자는 것입니다. 즉, 글쓰기 제재가 아니라, 코블렌츠님이 언급한 "담벼락"같은 것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것이죠. 진보누리에서의 해우소 같은 것과도 유사하겠네요. 구체적인 사항은 대략 코블렌츠님의 아이디어에 공감을 하구요. 자게판에서 글쓰기 제재를 당한 아이피의 유령은 하루 동안 담벼락에서만 글을 쓸 수 있는 것이죠. 물론, 담벼락에는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지만, 글쓰기 제재를 당한  아이디는 담벼락 외에는 하루 동안 그 어디에도 글을 못쓰게 제재하는 것이죠. 뭐, 더 구체적인 것까지는, 논의가 필요하겠구요.

제 전공인 "유령론"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자게판에 대한 글이 되어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