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익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가 최근에 책을 한 권 냈다. “세상을 과학자의 눈으로 관찰하면서 써 온 각종 칼럼과 에세이 들을 재조직하고 증보한 결과물(12)”이다.

 

『인간에 대하여 과학이 말해준 것들: 진화학자 장대익의 인간 탐구』, 장대익 지음, 바다출판사, 2013

 

이 책을 읽으면서 동의하기 힘든 구절이 몇 군데 있었다. 그런 구절들을 비판하는 글을 쓸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쓰기로 했다.

 

“트집 잡기”라고 붙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단한 비판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통렬한 비판이 나올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진화 생물학, 진화 심리학 등과 관련하여 장대익과 나의 입장 사이에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내가 느끼는 가장 큰 차이를 꼽자면 밈(meme, 모방자) 이론에 대한 태도가 서로 다르다. 장대익은 밈 이론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는 듯해 보인다. 반면 나는 밈에 대해 시큰둥하게 생각하고 있다.

 

“시큰둥하게”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내가 밈 이론이 엉터리라고 생각하면서 적극 반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밈 이론 연구자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약간의 애정을 담아서 “잘 해 보슈. 대단한 성과를 이루면 그 때 나도 한 번 구경해 볼 테니까” 정도다.

 

밈을 다룬 논문을 여기저기서 몇 편 본 적 있기 때문에 대충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안다. 하지만 “밈에 관한 최고의 입문서(252)”라는 『밈: 문화를 창조하는 새로운 복제자(수전 블랙모어)』도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

 

 

 

진화 심리학자 Steven Pinker는 밈 이론을 아주 싫어한다.

 

My point is that natural selection in particular is a poor model of cultural change.

...

The other reason applies as well to Dennett's own defense of the theory of memetics. Human cultural innovations are quite different from the blind mutation and recombination that supply the raw material for bona fide natural selection.

...

It's not that analogues of natural selection have nothing to add to our understanding of cultural change. But unlike the case of genetic evolution, where selection assumes the full burden of generating adaptation from the vast space of genetic possibilities, most of the work done in exploring the space of logically possible ideas must be attributed to the organization of the brain.

...

But group selection and memetics have been unhelpful, and even evolutionary psychology in its totality can take us only so far.

Steven Pinker Replies

http://edge.org/conversation/the-false-allure-of-group-selection#sp2

 

Steven Pinker's objections to memetics

http://on-memetics.blogspot.kr/2011/07/stephen-pinkers-objections-to-memetics.html

 

 

 

내가 밈에 대해 시큰둥한 이유와 Pinker가 밈을 싫어하는 이유는 비슷해 보인다.

 

무엇보다도 밈 개념은 유전자 개념보다 훨씬 “지저분하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심리학에서 쓰이는 개념은 수학에서 쓰이는 개념보다 훨씬 지저분하다. 밈 개념이 과학적으로 아예 쓸모가 없을 정도로 지저분한가? 내가 보기에는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누구도 그럴 정도로 지저분하다는 점을 입증하지는 못한 것 같다.

 

나는 밈 이론이 대단한 성과를 이루었다는 소식을 아직 듣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누군가 똑똑한 사람이 밈 이론을 적용해서 대단한 성과를 이루지 말라는 보장은 없어 보인다. 유전자 개념에 바탕을 둔 Hamilton의 친족 선택(포괄 적합도)과 같은 급의 성과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밈 이론을 깊이 연구할 생각은 없지만 Pinker처럼 초 치고 다니지는 않을 생각이다. 내가 보기에는 Pinker도 밈 이론이 전혀 쓸모 없다는 것을 입증하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남들이 열심히 노력할 때 약간이라도 응원을 해 주면서 기다려주는 것이 동업자의 도리가 아닐까?

 

 

 

트집 잡기 수준에 머물지도 모름에도 불구하고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장대익 교수와 전중환 교수가 내가 가장 주목하는 진화 심리학자(또는 진화 심리학 관련 전공자)이기 때문이다.

 

전중환 교수의 글을 비판하는 글을 쓴 적도 있다.

 

『오래된 연장통(전중환)』 비판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C80/19

 

한국 진화 심리학계에서는 최재천 교수가 가장 유명하며 영향력도 크다. 하지만 이상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고 다닌다.

 

『대담 -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도정일최재천)』 비판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C80/7

 

어느 극좌파가 본 최재천 -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비판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C80/12

 

어느 극좌파가 본 최재천 - 『여성 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비판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C80/13

 

어느 극좌파가 본 최재천 -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비판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C80/15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최재천 옮김)』 번역 비판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2Xi/49

 

『붉은 여왕(김윤택 번역, 최재천 감수)』 번역 비판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2Xi/39

 

최재천 교수와 한의학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SjO/302

 

최적자 생존에 대한 최재천 교수의 이상한 이야기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C80/33

 

최재천, 호주제 그리고 자연주의적 오류

'사실'에서 '당위'를 무턱대고 이끌어낼 수는 없어

http://scientificcritics.com/news/view.html?section=79&category=85&no=290

 

 

 

이덕하

2013-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