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넓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과 좁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 ---

 

“진화 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이라는 용어는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인다. 여기에서 온갖 의미를 다 소개할 수는 없다. 이 글의 맥락에서는 “넓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과 “좁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으로 나누어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여러 학자들이 이런 식으로 구분한다.

 

David Sloan Wilson은 「Evolution, Morality and Human Potential(Evolutionary Psychology: Alternative Approaches(Steven J. Scher & Frederick Rauscher 편집), 58)에서 “narrow evolutionary psychology”“broad evolutionary psychology”를 구분했으며, Matteo Mameli는 「Evolution and psychology in philosophical perspective(The Oxford Handbook of Evolutionary Psychology(R. I. M. Dunbar, Louise Barrett 편집), 25)에서 “narrow-sense evolutionary psychology”“broad-sense evolutionary psychology”를 구분했으며, David Buller는 『Adapting Minds: Evolutionary psychology and the Persistent Quest for Human Nature』에서 “evolutionary psychology”“Evolutionary Psychology”를 구분했다(좁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을 대문자로 썼다).

 

좁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은 Tooby & Cosmides가 주도하는 한 학파다. 진화 심리학이라는 명칭을 쓴 사람이 그 전에도 있었던 듯하지만 이들이 이 명칭을 학계에서 널리 퍼뜨렸다.

 

우리는 가끔 진화 심리학이 그냥 사회생물학일 뿐이며 사회생물학이 받았던 나쁜 정치적 압박(bad political press)을 피하려고 이름을 바꾼 것이라는 이야기를 읽었다. (기록을 볼 때) 논쟁을 회피한다는 비난을 받는 것이 웃기는(amusing) 일이긴 하지만 이런 주장은 역사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substantively) 틀렸다. 첫째, 보통 진화 심리학자들은 사회생물학(또는 행동 생태학, 또는 진화 생태학)을 존중해왔으며 방어해왔다. 그것은 현대 진화 생물학의 매우 유용하고 매우 정교한 분과로 이어져 왔으며 몇몇 [진화 심리학자들]은 그 문헌[사회생물학을 표방한 잡지 등]에 기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진화를 행동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둘러싼 길고 강렬한 논쟁들 때문에 이론적, 경험적 기획이 명확히 이해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서로 눈에 띄게 대립하는 견해들에 서로 다른 이름표를 붙여야 한다는 점이 점점 더 분명해졌다. 1980년대에 Martin Daly, Margo Wilson, Don Symons, John Tooby, Leda Cosmides, 그리고 David Buss는 이 새로운 분야를 어떻게 부를 것인가를 두고, 때로는 Palm Desert에 있는 Daly Wilson의 캥거루쥐(kangaroo rat) 야외 연구지(field site)에서, 때로는 Santa Barbara[University of California, Santa Barbara를 말하는 듯]에서 그리고 때로는 행동 과학 고등 연구 센터(Center for Advanced Study in the Behavioral Sciences)에서 많이 토의했다. 이 논의에서 정치나 압박은 끼여 들지 않았다. 우리는 똑 같은, 내용 없는, 인신공격성 공격들이 우리의 경력을 따라다닐 것이라고 (올바르게) 예측했다. 우리가 논의 했던 것은 이 새로운 분야가 심리학(psychology, 심리적인 것) – 심리적 구조를 구성하는 적응들의 특징을 기술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사회생물학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사회생물학은 계산적 수준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으며, 심리적 메커니즘들을 지도화하는 것에 거의 관심이 없으며, 거의 대부분 선택론적 이론들에 초점을 맞춘다. 진화 심리학은 그 주제와 이론적 입장 모두에서사회 생물학이 그것에 선행했던 행태학과 상당히 다르고, 인지 심리학이 행동주의 심리학과 다른 것과 마찬가지의 방식으로사회생물학과 단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각각의 경우에 새로운 이름이 필요했던 것이다. (번역본의 주 10)

Conceptual Foundations of Evolutionary Psychology(2005)

John Tooby and Leda Cosmides

http://cafe.daum.net/Psychoanalyse/Glrk/44

http://www.cep.ucsb.edu/papers/bussconceptual05.pdf

 

대체로 좁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자들은 심리 기제의 수준을 중시하며, 대량 모듈성(massive modularity) 테제를 옹호하며, 다른 학파에 비해 더 많은 것을 적응이라고 생각하며, 집단 선택을 대단치 않게 생각하며, 설계 논증(argument from design)을 중시하며, “이기적 유전자”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넓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은 진화 생물학을 적용한 심리학이다.

 

Evolutionary psychology (EP) is an approach in the social and natural sciences that examines psychological traits such as memory, perception, and language from a modern evolutionary perspective.

http://en.wikipedia.org/wiki/Evolutionary_psychology

 

넓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은 이중 유전 이론(Dual Inheritance Theory) 또는 유전자-문화 공진화(Gene-Culture Coevolution), 진화 인류학(Evolutionary Anthropology), [좁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Evolutionary Psychology), 인간 행동 생태학(Human Behavioral Ecology), 인간 행태학(Human Ethology), 사회생물학(Sociobiology) 등을 포괄한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이런 온갖 명칭들 중에 진화 심리학이 가장 널리 쓰이고 알려지게 되었다. 적어도 명칭의 인지도 측면에서는 “진화 심리학”이 승리했다.

 

Tooby & Cosmides를 중심으로 진화 심리학이라는 깃발을 올린 1980년대만 해도 진화 심리학이라고 하면 좁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을 뜻할 때가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진화 심리학이라는 명칭이 사회생물학 등 다른 것들을 제치고 널리 쓰이게 되면서 이제는 진화 심리학이라고 하면 좁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보다는 넓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을 뜻할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 1. 진화 생물학을 부정하는 창조론자들 ---

 

골수 기독교인을 포함하여 온갖 조류의 창조론자들이 여전히 진화 생물학을 부정한다. 그들에 따르면 진화가 일어났다 하더라도 종이 변할 정도는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는 별도로 신이 창조했다.

 

진화 생물학을 부정한다면 당연히 진화 생물학을 적용한 심리학인 넓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도 부정하게 된다.

 

대체로 창조론자들은 진화 생물학보다 진화 심리학을 더 싫어하는 것 같다. 그들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인간의 신체나 동물의 경우는 과학에 양보할 수 있다 하더라도 영혼까지 과학에 팔아 넘길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태도는 교황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인간의 몸이 그 이전에 존재했던 생명체에서 생겨났다 하더라도(If the human body take its origin from pre-existent living matter), 영혼은 하느님이 직접 창조하셨다. ...... 결과적으로, 영혼이 생명체의 힘에서 출현한다고 또는 생명체의 부수적 현상에 불과하다고 간주하는이것은 진화론을 부추기는 철학과 부합한다 - 진화론은 인간에 대한 진리와 양립하지 못한다. 또한 개인의 존엄을 뒷받침할 수도 없다. (『빈 서판』, 332, page 186, 교황이 1996년에 했던 연설)

 

개방적인 기독교인이 때로는 과학을 받아들이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예수의 기적”에 대해 이야기해 보라고 하면 그런 개방성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과학적 세계관에 따르면 예수가 없었거나, 예수의 기적을 다룬 성경 구절이 예수의 행적과 무관한 뻥이거나, 예수가 사기꾼일 수밖에 없다. 개방적인 기독교인도 예수의 기적 문제를 건드리며 옛날식 골수 기독교인과 비슷해질 때가 많다.

 

이런 면에서 영혼 또는 정신의 문제는 예수의 기적 문제와 비슷해 보인다. 개방적인 기독교인들도 영혼 문제를 건드리면 진화 생물학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은 보통 진화 생물학을 엉터리로 이해한 다음에 그것을 “비판”한다. 그러면서 현대 진화 생물학을 비판했다고 착각한다. 나 같으면 이런 사람을 만나면 GG(Good Game, 항복 선언) 치고 도망가겠다. 물론 책 소개 정도는 할 수 있다. 도킨스의 책 세 권을 다음 순서로 읽어 보라고 말이다.

 

『지상 최대의 쇼: 진화가 펼쳐낸 경이롭고 찬란한 생명의 역사』,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김영사, 2009

The Greatest Show on Earth: The Evidence for Evolution, Richard Dawkins, Free Press, 2009

 

『눈먼 시계공: 진화론은 세계가 설계되지 않았음을 어떻게 밝혀내는가』,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용철 옮김, 사이언스 북스, 2006

The Blind Watchmaker: Why the evidence of evolution reveals a universe without design, Richard Dawkins, Norton, 1996(초판: 1986)

 

『이기적 유전자: 2010년 전면개정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 이상임 옮김, 을유문화사, 2010

The Selfish Gene, Richard Dawkins, Oxford University Press, 30th anniversary edition(2006, 초판: 1976)

 

번역에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훌륭한 진화 생물학 입문서들이다. 도킨스는 엄밀성을 크게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쉽고 재미있게 쓰는 능력에서는 달인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다.

 

『지상 최대의 쇼(김명남 옮김)』 번역 비판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2Xi/54

 

『눈먼 시계공(이용철 옮김)』 번역 비판 - 9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2Xi/27

 

『이기적 유전자(홍영남 옮김)』 번역 비판 - 6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2Xi/25

 

『이기적 유전자』의 개정판 번역에 대해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2Xi/45

 

진화 생물학은 거부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세계 인구 중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이런 입장이 사실상 추방되었다.

 

 

 

 

 

--- 2. 진화 생물학이 심리학에 도움이 안 된다고 믿는 사람들 ---

 

이제부터는 진화 생물학을 인정한다고 분명히 이야기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넓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인간이 진화의 산물임을 인정한다면 당연히 진화 생물학이 심리학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라고 이야기하면 이런 답변을 들을 지도 모른다. “인간이 물리적 과정의 산물임을 인정한다면 물리학이 심리학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까?

 

심리학 실험에 쓰이는 여러 현대적 기계들이 물리학에 의존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물리학이 결국 심리학에 도움이 되는 셈이라는 점이야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심리학 논문에서 양자 역학이나 일반 상대성 이론의 골 때리는 수식이 등장할 일이 거의 없다는 면에서 물리학은 심리학과 별로 상관이 없다. 적어도 현재까지의 심리학은 그렇다.

 

저명한 심리 철학자 Fodor처럼 진화 생물학 없이도 생리학이 잘만 발달했다는 점을 지적할 수도 있을 것이다.

 

Harvey는 심장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생리학 이외의 분야를 살펴볼 필요가 없었다. 특히 Harvey Darwin을 읽지 않았음이 사실상 확실하다.

Harvey didn’t have to look outside physiology to explain what the heart is for. It is, in particular, morally certain that Harvey never read Darwin.

(The Mind Doesn’t Work That Way: The Scope and Limits of Computational Psychology(2000), Jerry Fodor, 86)

 

실제로 진화 심리학이 본격적으로 탄생하기 전까지 심리학은 진화 생물학 없이도 상당히 발달했다. 특히 인지 심리학의 발달은 눈부시다.

 

“진화 생물학이 없으면 생리학(또는 심리학)이 발달할 수 없다”와 “진화 생물학이 생리학(또는 심리학)의 발달에 도움이 된다”를 구분해야 한다. 전자는 명백히 거짓이다.

 

생리학의 경우 진화 생물학이 도움이 된 예를 수도 없이 찾아낼 수 있다. 몇 가지만 이야기하자면 수컷 공작의 화려한 꼬리, 코끼리 바다표범(elephant seal)의 암수의 몸집 차이, 성인의 젖 소화 능력, 낫모양 적혈구 빈혈(sickle-cell anemia), 노화 등을 진화 생물학 없이 제대로 이해하기는 힘들다.

 

임신성 당뇨병에 대한 아래 구절은 진화 생물학이 생리학 연구에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어쨌든 그러한 정량적 측면들을 빠짐없이 검토한 결과 하버드 대학의 생물학자 데이비드 헤이그David Haig는 산모의 시각에서는 이상적 공급량이 태아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수준에 아주 조금이라도 못미치면 반드시 부모와 자식 간에 갈등이 일어난다고 예측했다.

...

불행하게도 산모가 인슐린을 충분히 만들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임신성당뇨병에 걸릴 수 있는데, 이 병은 산모에게 치명적이므로 결국 포도당에 목몰라하는 태아 자신에도 치명적이다.

...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의 진화적 이론은 이미 오래전에 로버트 트리버즈가 정립했지만, 1993년에 이르러서야 데이비드 헤이그가 인간의 임신에 그 이론을 적용시킨 것이다. (『인간은 왜 늙는가』, 278~279)

 

일반적인 사고 능력과 학습 능력, 문화와 사회 등의 영향 등을 들먹이면서 진화 생물학은 심리학에 쓸모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고 능력과 학습 능력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왔단 말인가? 왜 아기 침팬지와 달리 인간 아기는 수만 개의 어휘를 익힐 수 있단 말인가? 왜 아무리 천재적인 침팬지라 하더라도 양자 역학을 이해할 수 없는 반면 일부 인간은 그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진화 생물학의 도움 없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침팬지와 인간의 지적 능력이 왜 선천적으로 차이가 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침팬지와 인간이 계통적으로 갈라진 이후에 수백만 년 동안 어떤 진화가 일어났는지 살펴야 한다.

 

진화 생물학은 침팬지와 인간의 차이를 해명할 때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공통점을 해명할 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인간은 생리적 측면에서도 침팬지와 닮았지만 심리적 측면에서도 닮았다. 이것은 인간과 침팬지가 갈라진 지가 1천 만 년도 안 되었다는 점을 생각할 때 당연하다. 침팬지 수컷도 성적 질투심을 느끼고 인간 남자도 성적 질투심을 느낀다. 침팬지 암컷도 자식을 끔찍하게 사랑하며 인간 여자도 자식을 끔찍하게 사랑한다. 침팬지도 때로는 공포를 느끼고 인간도 때로는 공포를 느낀다. 인간과 침팬지의 심리적 공통점을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그리고 이런 공통점은 인간 특유의 문화로 설명될 수 없다. 영장류의 심리적 공통점, 포유류의 심리적 공통점, 더 나아가 척추 동물의 심리적 공통점을 제대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영장류의 진화, 포유류의 진화, 척추 동물의 진화를 파헤쳐야 한다.

 

만약 인간의 일반적 지능이 고도로 발달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1천 만 년 전 우리 조상들에게 있었던 온갖 심리 기제들이 지금은 거의 다 퇴화해서 없어졌다고 믿는다면 “진화 생물학이 심리학 연구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시나리오다. 번식을 위해서는 보고, 냄새 맡고, 공포를 느끼고, 짝을 찾고, 짝짓기를 하고, 자식을 돌보고, 먹고, 싸고, 맹수를 피하는 것을 포함하여 온갖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1천 만 년 전에 이런 일들에 도움이 되었던 심리 기제들이 이후에 고도도 발달한 일반적 지능이 생겼다고 몽땅 쓸모가 없어질 수가 있을까?

 

진화 심리학 이전에는 심리학에서 근접 원인(proximate cause, 근접 기제)의 연구에만 몰두했는데 궁극 원인(ultimate cause)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즉 인간의 심리 기제들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뿐 아니라 왜 그런 식으로 생겨먹도록 진화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진화 생물학을 빼먹고 심리 기제들의 기원 즉 심리 기제들의 진화를 이야기할 수 없다.

 

 

 

 

 

--- 3. 민감한 사안일 때만 진화 심리학을 싫어하는 사람들 ---

 

어떤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이데올로기적으로, 도덕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다룰 때만 진화 심리학을 싫어한다.

 

예컨대 입덧, 공포, 시각, 언어 등에 대한 진화 심리학 연구를 볼 때에는 고개를 끄떡이다가도 질투, 모성애, 강간, 전쟁, 공격성, 간통, 근친상간, 도덕성 등에 대한 진화 심리학 연구를 볼 때에는 화를 내기 시작한다.

 

증거: 1. 입덧 --- 진화 심리학 첫걸음마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3fZ/220

 

증거: 2. 좋은 유전자를 얻기 위해 바람피우는 여자 --- 진화 심리학 첫걸음마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3fZ/222

 

「증거: 1. 입덧」을 볼 때와  「증거: 2. 좋은 유전자를 얻기 위해 바람피우는 여자」를 볼 때의 태도가 180도 달라지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진화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따위를 고려하면서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는 듯하다.

 

http://en.wikipedia.org/wiki/Political_correctness

 

진화는 그냥 근본적인 물리 법칙에 따라 일어날 뿐이다. 21세기의 진보적 사상가들의 비위에 거슬리는 방향으로 진화가 일어나려고 할 때마다 진화의 신(god of evolution)이 개입한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과학이 아니라 신화다.

 

지난 수십억 년의 지구상 생물의 진화가 또는 지난 1천 만 년 동안의 우리 직계 조상의 진화가 자신의 정치적, 도덕적 입맛에 들어맞도록 일어났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대단한 과대망상이다.

 

말로는 넓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의 기획을 인정하면서도 민감한 사안이 나올 때마다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으면서 진화 심리학을 “비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넓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을 말로만 받아들이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사람들이 꽤 많아 보인다.

 

 

 

 

 

--- 4. 그럴 듯한 이야기일 뿐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 ---

 

진화 심리학이 그럴 듯한 이야기(just so story)를 만들어 낼 뿐 제대로 검증하지는 못한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 그럴 듯한 이야기에 불과한 것 즉 가설에 불과한 것을 마치 잘 검증된 이론인 것처럼 포장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예컨대 자칭 문화 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는 온갖 이야기를 마치 잘 검증된 것이라도 되는 것처럼 확신에 찬 어조로 떠들어댄다.

 

김정운 교수의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에 대한 과학적 비판

엉터리 이론으로 무장한 문화심리학자

http://scientificcritics.com/news/view.html?section=79&category=82&no=262

 

한국에도 진화 심리학에 대해 이상하게 떠들어대는 사람들이 꽤 있다.

 

과학칼럼니스트 이인식의 <짝짓기의 심리학>의 오류들

대한민국 1호 과학칼럼니스트의 오류들

http://scientificcritics.com/news/view.html?section=79&category=82&no=367

 

어설픈 진화심리학 식견으로 한국의 미래를 볼 수 있을까?

공병호의 <진화심리학을 통해 본 5년 후 대한민국> 비판

http://scientificcritics.com/news/view.html?section=79&category=82&no=366

 

유시민의 어설픈 진화심리학 장사

진화심리학을 잘못 적용한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

http://scientificcritics.com/news/view.html?section=79&category=82&no=347

 

진화심리학은 호주제를 옹호하는가

복거일의 <벗어남으로서의 과학>에서 드러나는 진화심리학에 대한 몰이해

http://scientificcritics.com/news/view.html?section=79&category=82&no=271

 

'알통' 논문에 대한 MBC의 어설픈 보도

MBC의 진화심리학 연구 보도에서 발견되는 문제점들

http://scientificcritics.com/news/view.html?section=79&category=81&page=2&no=330

 

엉터리 진화심리학으로 문화평론을?

<김헌식 칼럼> 속의 엉터리 진화심리학

http://scientificcritics.com/news/view.html?section=79&category=81&page=3&no=288

 

하지만 이런 사람들만 보고 진화 심리학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진화 심리학 논문들이 권위 있는 학술지에 점점 더 많이 실리고 있다. 그리고 그런 논문에서는 그럴 듯해 보이는 진화론적 이야기를 들려주기만 하고 그냥 믿으라고 강변하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쓴 논문을 제대로 된 학술지에서 실어줄 리가 없다.

 

학술지에 실린 진화 심리학 논문에서는 가설을 어떻게든 과학적으로 검증을 하려고 시도한다. 그리고 짜증스러울 정도로 “may”, “might”, “maybe”, “probably”, “could”, “possible”과 같은 단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논문에서 진화 심리학자들은 아주 확실한 증거들을 수집하지 못했을 때에는 아주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착상에 불과하다는 점, 착상을 검증 가능한 가설로 정리해야 한다는 점, 가설을 검증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 검증을 거치지 못한 가설과 검증된 이론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은 과학의 기초다. 그리고 과학계에서 인정 받는 진화 심리학자들은 그 정도는 당연히 다 안다.

 

진화 심리학자 BarashKurzban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보자.

 

However, academics such as David Barash state the term "just so story" when applied to a proposed evolutionary adaptation is simply a derogatory term for a hypothesis. Hypotheses, by definition, require further empirical assessment, and are a part of normal science. Similarly, Robert Kurzban suggested that "The goal should not be to expel stories from science, but rather to identify the stories that are also good explanations."

http://en.wikipedia.org/wiki/Just-so_story

 

진화 심리학을 제대로 접해 보고 싶으면 결국 학술지에 실린 논문을 보아야 한다. 또는 그런 논문들의 내용을 정리한 다음과 같은 책들을 보아야 한다.

 

The Adapted Mind: Evolutionary Psychology and the Generation of Culture(1992), Jerome Barkow, Leda Cosmides, John Tooby 편집

 

The Handbook of Evolutionary Psychology(2005), David Buss 편집

 

Oxford Handbook of Evolutionary Psychology(2007), Robin Dunbar, Louise Barrett 편집

 

Foundations of Evolutionary Psychology(2008), Charles Crawford, Dennis Krebs, Dennis Krebs

 

어떤 사람은 진화 심리학 가설들이 반증 또는 검증이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진화 심리학자들이 쓰는 온갖 검증 방법론을 몽땅 살펴보지도 않고 “그냥 내가 잠시 생각해 보니 검증이 불가능해 보이는군”이라고 생각하면 끝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과학 공동체의 집단적 지식과 상상력은 한 개인에 불과한 당신보다 훨씬 더 풍부하다. 진화 심리학자들은 고생물학, 동물학, 비교생물학, 설문 조사, 생리 변화를 이용한 심리 실험, 역사학, 인류학, 지구과학,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포함하여 온갖 방법들을 동원하여 가설을 검증하려고 한다.

 

그리고 설사 현재의 일류 진화 심리학자들이 “이 가설은 검증이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군”이라고 푸념한다고 해도 미래의 진화 심리학자들이 검증하지 못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500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당시에는 달나라 여행이 불가능해 보였다.

 

아래 글에서 이 문제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다루었다.

 

진화 심리학 첫걸음마 --- 013. 진화 심리학 가설은 검증이 불가능하다고?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3fZ/261

 

진화 심리학 첫걸음마 --- 029. 진화 심리학 가설이 검증 불가능함을 증명해 보시라

http://cafe.daum.net/Psychoanalyse/83fZ/288

 

 

 

 

 

--- 5. 좁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에 대한 반대 ---

 

넓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을 받아들이면서도 좁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을 상당히 싫어하는 과학자들이 꽤 많다. 이들은 진화 생물학이 심리학 연구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Tooby & Cosmides 군단이 몇 가지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논쟁에 대해서는 여기에서 쉽고 짧게 소개하기가 힘들다. 어떤 논쟁들이 있는지는 아래 책에서 상당히 쉽게 잘 정리했다.

 

The Evolution of Mind: Fundamental Questions and Controversies(2007), Steven Gangestad, Jeffry Simpson 편집

 

좁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의 입장을 잘 정리한 논문으로는 다음 세 편을 추천한다. 꽤 어렵다는 점이 흠이라면 흠이다.

 

Conceptual foundations of evolutionary psychology(2005), The Handbook of Evolutionary Psychology(David Buss 편집)

http://cafe.daum.net/Psychoanalyse/Glrk/44 (한국어 번역본)

http://www.psych.ucsb.edu/research/cep/papers/bussconceptual05.pdf (원문)

 

The psychological foundations of culture(1992), The adapted mind: Evolutionary psychology and the generation of culture

http://cafe.daum.net/Psychoanalyse/Glrk/38 (일부 번역)

http://www.psych.ucsb.edu/research/cep/papers/pfc92.pdf (원문)

 

진화 심리학 대박 논문: Modularity in Cognition(Barrett, Kurzban)

http://cafe.daum.net/Psychoanalyse/J3xI/67

 

 

 

 

 

--- 맺음말 ---

 

위에서 나열한 다섯 가지 태도가 서로 완전히 배타적인 것은 아니다. 예컨대 진화 생물학이 심리학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하는 동시에 진화 심리학이 그럴 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뿐이라고 비판하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넓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급속하게 늘어났다. 사실 이제는 과학계에서 넓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을 노골적으로 거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찾기 힘들어 보인다. 적어도 나는 최근에 “진화 생물학은 심리학 연구에 도움이 안 된다”라는 식으로 노골적으로 이야기한 저명한 과학자나 과학 철학자를 거의 못 본 것 같다.

 

그렇다고 Jerry Fodor 같은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What Darwin Got Wrong is a book by philosopher Jerry Fodor and cognitive scientist Massimo Piattelli-Palmarini, critical of Charles Darwin's theory of natural selection. It is an extension of an argument first presented as Why Pigs Don't Have Wings in the London Review of Books, which attracted substantial correspondence, much of it critical. The book, like the article, has received a largely negative reception.

http://en.wikipedia.org/wiki/What_Darwin_Got_Wrong

 

어떤 사람이 “나는 진화 심리학이 싫어요”라고 말한다면 그 뜻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진화 생물학 자체를 싫어하는 창조론자인지, 넓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 기획 자체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인지, 자칭 진화 심리학 전도사들의 어설픔 때문에 실망한 것인지,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진화 심리학자들의 연구가 불편한 것인지, 좁은 의미의 진화 심리학자들이 옹호하는 테제들에 불만을 품은 것인지 따져야 한다.

 

 

 

 

 

이덕하

2013-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