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혁명의 기폭제, 메니페스토(Manifesto) 제조 및 활용법

 

지난 2008년 2월 29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예비)후보자를 엄청 괴롭히는(?) 공직선거법 조항이 하나 추가됐다. 제60조4항(예비후보자공약집)이다. 이는 지난 가을부터 지금까지 사회디자인연구소를 꽤 바쁘게 하는 조항이자, 한국 정치를 소리 없이 껑충 발전시킬 수도 있는 조항이다. 이 조항은 우리가 많이 보아온 12면(기초단체장), 16면(시도지사), 32면(대통령)짜리 ‘선거공약서’외에 책(예비후보자공약집) 한 권을 낼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이 책은 1000페이지도 좋고, 30페이지도 좋다. 흑백도 좋고, 칼라도 좋고, 그림, 사진, 만화가 가득해도 좋고, 검은 활자만 가득한 보고서라도 좋다. 손바닥 만해도 좋고, 그림책 만해도 좋다. 다만 자신이 하겠다는 사업=약속의 목표, 우선순위, 이행절차, 이행 기한, 재원조달방식이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이 공약집은 통상적인 방법으로 판매하여야 한다. 방문판매가 안 된다는 얘기다. 물론 원가 보다 싸게 팔면 증여에 해당하니 최소한 원가 이상으로 팔면 된다. 당연히 종이 값과 인쇄비 수준이니 책값은 쌀 수밖에 없다. 후보자 입장에서는 엄청난 고역이지만 유권자와 우리 사회 입장에서는 엄청난 축복이다.

 

이 조항에 따라 만들어진 최초의 예비후보자공약집은 2008년 6월4일 치러진 남해군수 보궐선거에서 압승한 정현태 군수의 작품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꽤 많은 예비 후보들(단체장 후보가 아니면 해당되지 않는다)이 예비후보자공약집을 흔들며 나올 것이다. 당연히 명함만 달랑 들고 나온 후보와 확연히 비교될 것이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멋진 공약집으로 선풍을 일으켜 당선이 되는 사람이 몇 명이라도 나온다면 이 조항은 한국 정치의 조용한 혁명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이 조항은 2003년부터 본격화된 일본의 메니페스토 정책 선거운동이 일으킨 신선한 바람이 한국에 상륙한 것이다. 참고로 제60조4항은 다음과 같다.

 

제60조의4(예비후보자공약집) ① 대통령선거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선거의 예비후보자는 선거공약 및 이에 대한 추진계획으로 각 사업의 목표·우선순위·이행절차·이행 기한·재원조달방안을 게재한 공약집(도서의 형태로 발간된 것을 말하며, 이하 "예비후보자공약집"이라 한다) 1종을 발간·배부할 수 있으며, 이를 배부하려는 때에는 통상적인 방법으로 판매하여야 한다. 다만, 방문판매의 방법으로 판매할 수 없다.

② 제1항의 예비후보자가 선거공약 및 그 추진계획에 관한 사항 외에 자신의 사진·성명·학력(정규학력과 이에 준하는 외국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력을 말한다)·경력, 그 밖에 홍보에 필요한 사항을 예비후보자공약집에 게재하는 경우 그 게재면수는 표지를 포함한 전체면수의 100분의 10을 넘을 수 없으며, 다른 정당이나 후보자가 되려는 자에 관한 사항은 예비후보자공약집에 게재할 수 없다.

③ 예비후보자가 제1항에 따라 예비후보자공약집을 발간하여 판매하려는 때에는 발간 즉시 관할 선거구선거관리위원회에 2권을 제출하여야 한다.

④ 예비후보자공약집의 작성근거 등의 표시와 제출,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으로 정한다.

[본조신설 2008.2.29]

 

사회디자인연구소는 2006년 출범한 이래 양질의 정치 컨텐츠-사상이념에서부터 기초단체장의 정책공약까지-를 생산, 확산하는 것을 첫 번째 사명으로 삼아왔다. 당연히 이 조항은 사회디자인연구소라는 물고기에게 주어진 물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4년 마다 한 번 만나는 물이긴 하지만…….물론 대통령선거판도 (가장 큰) 물이긴 하지만 그 때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전문가(학자, 관료, 시민운동가), 기업가, 정치가들이 비장한 정치컨텐츠가 자연스럽게 대선캠프로 집결되기에 사회디자인연구소가 그리 바쁠 것 같지는 않다. 사회디자인연구소는 제60조4항에 기대어 만든 연구소는 아니지만, 어쨌거나 정치컨텐츠에 관심과 애정을 오랫동안 쏟아 온 곳이 별로 없기에 좀 바쁘다. 새로운 상근 연구원도 들어오고, 연구소의 (비상근) 인적 네트워크도 활발히 가동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그 동안 본의 아니게 거시담론(국가경영 담론)에 치중하느라 비어있던 미시담론(자치단체 경영 담론)을 열심히 채우고 있어서 다소 고생스럽지만 기쁘다.  

 

숲과 나무 보기

정책공약(메니페스토=manifesto)의 골격은 현재 우리 지역의 상태(status)가 이러하니 이것을 이렇게 바꾸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지역 주민의 요구, 기대, 고통, 불만에 대한 자신의 견해(목표, 방법, 시한 등)를 밝히는 것이다.

 

그런데 지역 주민의 요구, 기대, 고통, 불만이 좀 많은가! 게다가 사람마다 처지, 조건, 가치관에 따라 그 양태나 우선순위가 무한히 다르다. 물론 비현실적이거나 상호 모순적인 요구, 기대도 수두룩할 것이다.

 

후보자는 기본적으로 보다 많은 사람(유권자)에게, 보다 깊은 감동과 기대를 주는 공약을 만들고 이를 적절한 방식으로 어필(광고, 마케팅)해야 한다. 공약의 백화점을 만들어 내놓는다고 해서 많은 유권자가 감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다. 先後强弱 혹은 우선순위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또한 후보의 인생 역정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공약은 깊은 감동을 주는데 한계가 있다.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옷이 있듯이,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공약이 있다는 얘기다. 모든 것이 좋아도 대중의 뇌리와 가슴에 꽂히지 않는 공약은 힘이 없다. 광고. 마케팅 기법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또한 밑도 끝도 없는 거창한 '뻥‘ 공약과 단순한 소망 공약이 판을 쳐온 역사로 인해, 정확한(수치화된) 현실진단과 전문가도 끄덕일 수 있는 절차, 방법, 기한, 재원 산출이 절실하다. 그런데 이건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정치는 종합(가치의 우선순위 설정)의 예술이자, 단순화/대중화(광고. 마케팅)의 예술이자, 적절한 ’뻥(꿈)‘과 냉철한 ’과학(구체성, 과학성)‘의 조화의 예술이다. 한마디로 정치인은 숲과 나무를 둘 다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숲을 보는 것도, 나무를 보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후보자의 경험, 인맥, 지식은 지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가치체계(우선순위)는 후보자의 살아온 배경을 잘 뛰어넘지 못한다. 단적으로 오세훈은 2006년 서울시장 선거 때 ‘맑고 매력 있는 세계도시 서울’을 내세웠다. 이는 지금까지 지속되는 오세훈 시정의 골조인데, 청정 공기(환경), 외관 가꾸기(디자인 서울, 랜드마크 집착, 도시 마케팅 강화), 외국 관광객 유치라는 핵심 가치로 전개된다. 물론 강남 중산층의 가치체계와 많이 부합된다. 오세훈은 이런 가치관을 갖고 시정을 힘차게 펼치다가 벽에 부닥치면서 새롭게 중시해야 할 가치(복지와 일자리)를 발견한 듯하다. 그래서 예산 구조를 조정하고(복지 예산을 많이 늘렸다), 일자리 담당 조직도 만들었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중시한 가치도 그의 개인적인 체험과 배경에 큰 영향을 받았다. ‘당당한 대한민국’, ‘반칙.특권 일소’ ‘원칙.상식 회복’ ‘탈권위주의’ ‘지역균형발전’ ‘언론 개혁(정상화)’ 등이 그것이다. 대한민국은 외과적 대수술이 필요한 부위가 많았지만, 외과수술은 지역균형발전에 집중되었다. 재벌대기업(공정거래와 소비자 보호), 공공부문, 고시제도, 교육제도, 사법제도, 보건의료복지 제도 등 외과적 대수술이 필요한 부분이 많았지만, 외과적 대수술은 시행되지 않았다. 이는 참여정부의 중대한 오류의 하나이다. 어떤 정부도 마찬가지겠지만, 참여정부의 한계나 오류도 노전대통령의 개인적 가치체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메니페스토 작성의 어려움은 후보자가 지역민 다수와 눈(높이와 방향)을 맞추는 일의 어려움이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눈높이를 잘 맞출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숲을 잘 볼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나무의 생김새를 자세히 볼 수 있을까? 거리를 열심히 싸돌아다니면 될까? 통계를 열심히 들여다보면 될까?

 

地理를 알아야 한다.

지역 또는 지역민이라는 숲을 조망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지도를 보는 것이다. 얼마 전부터 daum.net이 제공하는 지도 서비스 중에서 스카이뷰 서비스가 특히 도움이 된다. 지역의 교통, 환경, 주거, 개발 관련 요구, 불만과 그 해소 방향은 이 지도를 크게, 작게-이렇게 하면 주변 다른 시, 군과 관계도 보인다- 해 가면서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으면 비교적 잘 보인다. 구할 수만 있으면 지목(대지, 공원, 전답, 임야, 학교부지 등)이 표기 되어 있는 (부동산 중개소에 가면 볼 수 있는)지도를 보면 더 좋다.

 

인구 주택 통계를 알아야 한다.

지리와 더불어 자신이 바꾸고자하는 지역의 인구 통계학을 아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연령별, 성별 분포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핵심 중의 핵심이다. 더 나아간다면 가구. 가족 구성을 아는 것도 매우 도움이 된다. 이는 대체로 주택 관련 통계와 같이 붙어 다닌다.

 

일자리와 가계부를 알아야 한다.

지역민의 요구, 불만의 핵심 내지 윤곽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자산(stock), 소득(flow), 소비를 살펴야 한다. 지자체 주민들의 자산 관련 상세 통계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한국에서 주택은 가구 자산의 70~80%를 차지하므로 주택 관련 통계로부터 자산 상황을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소득은 사실 산업/일자리 구조를 의미한다. 이와 관련된 통계는 지자체들이 많이 생산하고 있다. 소비는 지역민들의 가계부를 뒤져 보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통계청 가계 조사로부터 유추할 수는 있다. 이 통계에는 인간의 ‘생로병사’라는 생애주기 상의 요구, 불만도 녹아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가구)의 평균이기에 요구, 불만은 아주 어렴풋하게 밖에 알 수 없다. 그래서 소득과 소비 관련된 요구, 불만은 지역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알아간다. 분명한 것은 공약은 유권자의 가계부 주름을 펴준다고 생각하면 크게 헛발질은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지리, 인구, 주택, 소득(산업), 소비 구조만 파악해도 그 도시의 핵심 특징은 대략 파악할 수 있다. 이를 10개 정도로 단순화 해 본다면 공약의 우선순위를 잡는데 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서울에 대해 말하면 이렇다.

 

1)한강이 중심을 관통하고 내사산과 수많은 야산이 산재하는 도시다. 2) 600년이 넘은 역사도시이자 40년 된 신도시가 공존한다. 3) 젊은 도전자들(25~49세)의 도시이다. 4) 교육도시이자, 3차 산업이 압도적인 도시이다. 5) 날림으로 건설해서 정상적인 도시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도시다. 6) 부동산 불로소득이 엄청나게 발생했고, 서울의 대부분의 중산층은 이를 깔고 있다. 또한 토건족의 이해와 요구가 강하게 관철되는 도시다. 7) 생활비가 비싼 도시이다. 8) 엄청난 문화적 다양성(아시아 최고)의 도시이자 과밀도시다. 9) 한국의 거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서울 접근성은 주변 지역민들의 로망이다. 10) 커뮤니티가 형성되지 않는 고독한(원자화된) 도시다.

 

이처럼 도시의 핵심 특징을 서술하는 작업을 SWOT 분석과 곁들여 해 보면 지역 특성 파악에 매우 도움이 된다. 지역민들의 핵심적인 요구, 불만도 보이고, 도시가 어디로 가야 할지도 보인다.

 

지역 민원과 지난 선거 후보자들의 공약을 살펴야 한다.

이전에 치러진 국회의원선거와 단체장 선거의 공약을 살피는 것도 매우 도움이 된다. 사실 한국의 국회의원선거 공약은 대체로 지역민의 요구, 불만을 반영하는 공약이 많기에 단체장 공약과 그리 다르지 않다. 더불어서 민원 게시판이나 (통계청과 기초자치단체가 행한) 사회조사 통계를 통해서도 지역민들의 다양한 요구, 불만을 알 수 있다.

 

단체장이 활용 가능한 핵심 자산을 살펴야 한다.

단체장의 핵심 지렛대는 예산(재정)과 공무원(조직)이다. 더불어서 동사무소, 문화회관, 복지관, 도서관, 경로당 등 공간 자산이다. 어떻게 보면 지리, 인구, 주택 등을 살피는 것은 바로 재정, 공무원, 조례 등을 지렛대로 활용하여 지역민의 요구,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예산을 먼저 살피지 않는 것은 예산과 각종 자산의 늪에 빠져서 자칫 숲을 보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산은 일종의 나무에 해당된다.

 

타 지역의 모범 사례를 살펴야 한다. 

사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230여개 자치단체장과 수많은 공무원들이 지역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머리를 굴려왔다. 그래서 다른 지자체의 모범을 섭렵하다 보면 적용 할 만한 좋은 아이디어가 부지기수다. 이제 한국도 민선 4기에 이르는 만큼 상당한 모범 사례가 축적되어있다. 멀리 외국을 나가지 않아도 국내 모범 사례만 잘 살펴도 좋은 공약을 많이 만들 수 있다. 외국 지자체에서 벤치마킹을 한다면 일본 지자체가 좋다. 일본 자치단체장의 공약이나 치적을 살펴보면 한국과 별 시간차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책, 자료는 의외로 많고, 접근하기도 쉽다.

 

먼저 스스로 지역이라는 숲과 나무를 섭렵하지 않고, 또 자치단체가 만든 다양한 모범을 살피지 않고, 기존 시장/군수/구청장의 치적부터 살펴보면 자신이 차별화 할 것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안하는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정책도 멋진 말로 잘도 포장했다. 하지만 먼저 자기 나름대로의 개념(우선순위)을 잡고, 모범을 살핀 후 현 단체장의 치적(사업)을 살펴보면 허점투성이다. 차별화 할 것이 정말 많다.

 

전문가들과 커뮤니케이션과 신기술.기법

유권자들의 감동과 기대에 불을 지를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는 전문가들에게서도 많이 나온다. 민선 4기를 거치는 동안 단체장이 아주 게으르고 둔감한 사람만 아니라면 비전문가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정책 아이디어는 웬만큼 구현되어 있다. 물론 소소한 개선 여지야 항상 있지만 좀 독창적 아이디어는 전문가에게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원래 정책 아이디어는 사람의 요구, 불만(트렌드)이 변하고, 기술과 기법이 발전하면서 나온다. 전문가는 대체로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미세한 물소리를 듣고, 수면 아래 잠행하는(부상을 준비하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모든 것이 수면위로 올라와야 변화를 느끼고 추세를 안다. 지자체 경영에 적용할만한 신기술에 대해 말한다면, 신재생에너지 분야, 수돗물 저감(빗물 활용) 분야, 에너지 저감 분야, 신교통수단(CNG와 전기버스, 자기부상열차, 경전철, 자전거 등), IT분야, 폐수 저감, 재활용 분야 등에 적용할 만한 신기술이 많다. 물론 행정은 기업보다도 더 확실히 검증된 기술, 기법만 적용해야 하는 만큼 새로운 기술, 기법에 대해서 보수적이다. 어쨌거나 이명박은 ‘버스중앙차로제’라는 브라질 구리찌바시의 교통관리 기법을 도입하여 대박을 쳤다. 사실 이는 고건 시장시절부터 도입 되었는데, 이명박 특유의 추진력으로 이를 대폭 연장하여 대박을 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단체장의 추진력은 엄청나게 중요한 덕목이다. 기획이나 아이디어는 5%에 불과하고 실행력이 95%라는 얘기는 결코 빈말이 아니다. 다만 이 5%가 정책공약집을 통해서 명기되면 상당한 실행력=이행 강제력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좋은 정책 아이디어가 있는 시민, 전문가들 입장에서는 메니페스토 선거는 엄청난 기회이다. 좋은 정책(공약)을 찾느라 혈안이 된 후보들에게 잘 다듬어 먹여주면 실행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어쩌면 오랜 대중 운동과 집요한 로비로 해야 할 일(좋은 정책이나 법안 입안)을 한방에 해치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전문가, 기업가에게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지자체 경영 관련된 전문 분야는 교통, 주택, 보육, 교육, 복지, 에너지, 환경 등이다. 물론 이 분야를 꿰고 있는 전문가를 만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런 전문가들의 식견은 꽃꽂이 할 때처럼 손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연구소와 전문가 포럼에 대한 장기간의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사실 지자체장이 받아먹기 좋은 노하우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곳은 기업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자신의 비즈니스의 연장으로 정책(공약)을 제안하기에 우선순위를 교란할 소지가 크다. 이는 사실 학자, 관료, 시민운동가 등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돈벌이 생각은 없다 해도 자신이 중시하는 가치를 실현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을 적절히 필터링하는 것이 단체장의 경륜이 아닐까 한다. 서울시정을 찬찬히 뜯어보면 오세훈 시장은 디자인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누군가(재벌계 연구소?)에게 홀리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래도 메가 트렌드를 놓치지 말아야

한국 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하는 큰 흐름은 있다. 예컨대 세계화(영어, 관광, 경쟁력), 지식정보화(참여민주주의, 지식사회화), 중국의 부상, 북한의 개혁. 개방과 남북 간 경제협력, 에너지자원위기, 환경위기(녹색 선호), 민주화(참여, 거버넌스), 문화예술 선호, 양극화, 사회적 활력저하(20~30대의 구매력 문제), 노령화, 소자화, 도시화, 수도권 집중 등이다. 이는 추상수준이 너무 높은 흐름이긴 하지만 이들이 초래할 변화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놓칠 수도 있는 큰 숲의 조망이 보인다.

 

핵심은 현재의 상태

일반적으로 항해를 하려고 하는 배가 알아야 할 핵심 중의 핵심 정보는 현재의 위치(status)이다. 이 위에다가 해류, 바람, 선체의 상태, 선원의 상태 등에 대한 정보를 얹어야 한다. 그런데 현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의외로 어렵다. 수치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람은 앞으로 갈 방향(소망과 비전 등)에 대한 관심은 높아도 현재 위치 파악은 등한시 하는 경향이 있다. 절차, 방법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한국 정치판에 메니페스토가 못들어 온 것이다.(사실 아직도 국회의원과 지방의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은 선거 때는 단체장과 다름없는 공약을 하면서도, 집행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메니페스토 적용을 배제하였다. 자신들을 엄청 피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위치 파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리고 모든 아이디어와 공약은 가설인 이상 심층면접, 선호도나 중요도 조사, 여론조사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지자체장 선거에서 메니페스토가 얼마나 선풍을 일으키는 지도 놓치지 말아야 할 관전 포인트이다.-끝-

 

참고(정당의 정책공약집)-예비후보공약집과 달리 내용(절차, 방법, 기한, 재원 등) 관련 규정이 없다-

제138조의2(정책공약집의 배부제한 등) ①정당이 자당의 정책과 선거에 있어서 공약을 게재한 정책공약집(도서의 형태로 발간된 것을 말하며, 이하 "정책공약집"이라 한다)을 배부하고자 하는 때에는 통상적인 방법으로 판매하여야 한다. 다만, 방문판매의 방법으로 정책공약집을 판매할 수 없다. 

②정당은 제1항의 규정에 따른 통상적인 방법에 의한 판매 외에 해당 정당의 당사와 제79조에 따라 소속 정당추천후보자가 개최한 공개장소에서의 연설·대담 장소에서 정책공약집을 판매할 수 있다. 이 경우 정당의 당사에서 판매할 때에는 공개된 장소에 별도의 판매대를 설치하는 등 정책공약집의 판매사실을 공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판매하여야 한다. <개정 2008.2.29, 2010.1.25> 

③정당이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따라 정책공약집을 판매하고자 하는 때에는 발간 즉시 「정당법」의 규정에 따라 해당 정당의 등록사무를 처리하는 관할선거관리위원회에 2권을 제출하여야 하되, 전자적 파일로 대신 제출할 수 있다. <개정 2010.1.25> 

④정책공약집에는 후보자의 기호·성명·사진·학력·경력 등 후보자와 관련된 사항 및 다른 정당에 관한 사항을 게재할 수 없다.

⑤정책공약집의 작성근거 등의 표시, 제출 그 밖의 필요한 사항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으로 정한다.

 [본조신설 20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