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주 모 학생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나붙으면서 대학은 물론 고등학교까지 대자보 유행이 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자칭 진보언론의 이슈 몰이가 원인이겠지만, 대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이 대자보를 하나의 놀이로, 유희로 생각하거나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한 소영웅적 심리 발현도 이 유행의 또 다른 이유인 것 같습니다.

대자보를 놀이로 생각하든, 자기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든, 그것 자체를 비난할 생각도 없고, 오히려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개진하는 모습은 평가받아야 하겠습니다만, 대자보의 내용은 좀 충실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좀 더 사실에 천착하고 대안 모색에 대한 고민이 묻어 있었다면 생산적일텐데, 본인의 어설픈 정치적 이념을 앞세우다 보니 사실을 왜곡하고 대중들을 선동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언론들도 보도를 할 때 대자보를 정권 반대의 수단으로 생각하기 이전에 먼저 그 내용의 진실성에 초점을 맞추었으면 합니다.

이번 대자보 유행의 계기가 되었던 고려대 주 모 학생의 <안녕들 하십니까> 전문을 읽고는 실소를 금치 못했고, 이를 대단한 것인 양 치켜 세워 대자보 유행을 조장하는 자칭 진보언론을 보고는 헛웃음만 나오더군요. 이 기회를 놓칠세라 안철수도 한 마디 거들고, 아이돌인 찬성, 종현도 동참했군요. 도대체 저들은 고대 주 모 학생의 <안녕들 하십니까>의 내용이 제대로 된 것인지 살펴보기로 했는지 궁금합니다.

주 모군의 <대자보>를 살펴보기 전에 <대자보>의 계기가 되었던 KTX 수서 구간의 자회사 설립문제와 현재 철도공사의 현황에 대해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철도공사(코레일)의 현황

철도공사는 자본금은 3.5조인데 채무가 13조에 이르고 매년 정부로부터 5천억의 지원금을 받고서도 5천억의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지난 8월에는 공사채 발행 규모를 현행 자본금의 2배에 한정해 놓은 것을 불어나는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5배로 발행할 수 있게 개정했을 정도로 향후 채무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것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공사채 발행 한도인 자본금 3.5조의 5배인 17.5조도 현재의 상태라면 2~3년 안에 채무가 이에 다달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KTX 수서 구간을 코레일이 맡아 운영한다면 채무 규모도 더 늘어가고, 그  늘어나는 채무를 정크펀드 수준의 신용도를 가진 코레일이 공사채를 발행한다면 자금조달비용도 자회사를 세워 그 회사가 조달하는 금융비융보다 늘어나게 됩니다.

물론 현재 코레일이 갖고 있는 채무 13조는 인천공항철도를 떠안은 것과 용산 개발사업의 무산에 따른 손실 등 과거 정부정책의 실패에 의한 것이 큽니다. 하지만 코레일의 방만한 경영도 현재의 적자와 채무 증가의 원인인 것도 사실이죠.

정부정책의 실패에 따른 코레일 부실도 사실이지만, 그 부실이 방만한 경영에 따른 결과인 것도 사실임으로 철도노조가 정부정책 실패를 모든 원인으로 돌리는 것은 온당하지 않으며, 정부정책의 실패를 이유로 방만한 경영 개혁을 회피하려는 것은 자기 ‘밥그릇 지키기‘라고 비난받아도 할 말 없습니다. 코레일은 향후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배제하고 전문가를 경영진으로 앉히고, 임원진 및 간부들의 솔선수범을 유도하고,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는 정책을 수립하도록 강제 혹은 견제하는 반면, 구조조정과 비효율노선의 합리화를 통한 내부 개혁도 진행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철도노조는 정부에 요구할 것은 상기의 전자이며, 이를 위해 정부 각성을 촉구하다면 이해할 수 있으나, 후자의 그들 스스로 해야 할 것들은 방기한 채 무조건 KTX 수서구간의 자회사 설립을 반대하는 것은 명분이 없습니다.


2. KTX 수서구간은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철도노조는 자회사 설립은 민영화로 가는 것이라고 반대합니다만, 박근혜 대통령은 누차 민영화가 아니다고 설명했고, 실제 41% 지분을 코레일이, 국민연금 등 공적자금이 59% 지분을 가지고 어떤 민간자본은 참여가 불허되는 정관이 있으며, 여야가 민영화를 할 수 없게 법제화하는데 합의한 상태임으로 철도노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른 선동에 불과 할 뿐입니다.

과연 철도노조 주장대로 KTX 수서 구간을 코레일이 맡는 것이 국민과 코레일에 이로울까요? 코레일이 맡을 경우와 자회사 설립을 할 경우 어느 쪽이 국민들에게 유리한지 따져 보죠.

코레일이 맡으면 현재의 코레일의 운영방식, 조직체계, 급여체계 등이 고소란히 KTX 수서구간에도 적용되어야 합니다. KTX 수서 구간에 종사하는 직원들도 철도노조에 편입될 것이고, 한 사업장에 대한 직원들의 처우는 달리 할 수 없음으로 이 구간에도 현재의 코레일의 문제점이 그대로 나타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철도노조의 덩치는 더 커지고 코레일의 개혁은 점점 더 멀어지게 될 것입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코레일의 신용도는 바닥에 있음으로 동일한 자금 조달에도 자회사가 조달하는 금리보다 높을 수 밖에 없고, KTX 수서 구간 운영을 위한 자금 차입으로 코레일의 부채도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코레일은 재무구조도 나빠지고, 철도운임은 정부가 인상하지 않을지 몰라도 코레일의 적자는 더 늘어나 혈세로 보조하는 금액은 늘어나고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반면, 자회사를 설립하여 독립적으로 운영하면, 현재의 코레일의 방만한 운영방식과 달리 독자적 효율적인 경영을 할 수 있습니다. 임직원의 급여 및 복지를 합리적으로 해 인건비 개선도 할 수 있어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정부의 보조 없이도 운임 인상을 하지 않고 운영이 가능합니다. 즉, 국민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을 수 있죠.

이런 사례는 서울 지하철에서 이미 경험한 바 있습니다. 다음은 조선일보 12/18일자에 나온 서울 지하철의 사례입니다.


<비슷한 일을 하는데, 조직을 둘로 나누면 당연히 중복 비용이 들 것이다. 코레일 자회사를 만들어 2015년 시작하는 수서발(發) KTX 운영을 맡기는 것도 조직 중복 등 비합리적인 요소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왜 수서발 KTX를 별도 법인에 맡기려는 것일까. 정부 관계자는 "코레일의 방만 경영이 워낙 뿌리 깊어 자회사라도 만들어 경쟁시키는 것이 중복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코레일의 운영과 조직이 심각하게 비효율적이라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코레일의 비효율은 강성 노조가 버티고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은 상식적인 얘기다. 반면 철도노조는 "자회사는 민영화 수순"이라며 "(경쟁체제를 도입하면) 철도요금이 오르고 사고가 빈발할 것"이라며 장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누구 말이 맞는지 판단하는 데 참고할 만한 전례가 하나 있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 수도권전철은 코레일, 1~4호선은 서울메트로, 5~8호선은 서울도시철도공사, 9호선은 민간회사인 메트로9호선㈜ 등 4개사가 각각 운영을 맡고 있다. 초기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지하철공사(서울메트로)는 만성적자와 파업 등 노사 문제에 시달렸다. 당시 서울메트로와 지금 코레일은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1994년 굳이 서울메트로를 놔두고 5~8호선 운영을 도시철도공사에 맡길 때도 서울지하철노조는 지금 철도노조와 같은 논리로 강하게 반발했다.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결과를 보면, 운영선로 1㎞당 직원은 서울메트로가 75명인데, 도시철도공사 45명, 9호선 22명이다. ㎞당 영업비용도 서울메트로는 86억원인데, 도시철도공사는 52억원, 9호선은 36억원(한국교통연구원 자료) 정도다.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민간회사 순으로 효율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가 지하철 요금을 통제하기 때문에 요금이 폭등하지도 않았다.

일본과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웨덴 등 유럽 선진국들도 이미 80년대부터 철도 경쟁체제를 도입했다. 일본의 경우 1987년 민영화를 추진해 현재 JR 여객 6개사, 민간 137개사가 운영 중(2012년 국토부 자료)이다. 그렇다고 일본 철도 요금이 크게 오르거나 사고가 많이 생긴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다만 영국의 경우 철도 민영화 이후 요금 인상과 잦은 사고 등으로 부작용 논란이 일고 있다.

철도 전문가들은 철도 파업의 진짜 이유는 민영화든, 자회사든 경쟁 체제가 싫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금 '신의 직장'이 좋은데 굳이 자회사라도 나타나 임금·운영비 등에서 비교당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쟁사가 나타날 경우 지금 철도노조가 하는 것처럼, 국가 철도망 독점을 무기로 파업을 하면서 높은 임금 인상과 복지를 요구하기도 힘들어질 수 있다. 코레일의 비효율적인 운영 유지, 철도노조원들의 높은 임금과 복지는 그만큼 국민 세금이 더 들어가거나 더 많은 철도 요금을 내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출처 :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2/17/2013121704312.html

참고될 사례를 또 하나를 들어 보겠습니다.

2002년 인천공항이 개청할 당시에 한국공항공사는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따로 만드는 것에 대해 지금의 철도노조가 KTX 수서 구간 자회사 설립을 반대하고 있듯이 반대를 많이 하였지만, 결국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따로 설립해 두 개의 회사로 독립해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습니까? 인천공항은 수년간 세계 제1의 공항으로 자리 잡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12년 기준, 자본금 5조1721억, 부채 2조 7786억으로 탄탄한 재무구조에, 매출 1조6656억, 당기순익 5256억을 내고 있는 초일류 공사가 되었죠. 한국공항공사도 이에 자극 받아 2012년 1380억의 순익을 내는 등 최근 9년간 흑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로 따로 독립해 운영하자 두 공사가 모두 다 살아난 것입니다.


위의 두 사례에서 보듯이 KTX 수서구간도 자회사를 별도 설립하여 운영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며 국민들에게 부담을 덜 주는 방향입니다. 철도노조의 주장처럼 KTX 수서구간을 코레일로 편입해서 운영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왜 자회사 운영보다 유리한지 그 이유를 말해 줄 수 있나요?


3. 공기업의 개혁을 요구하면서 철도노조의 파업에 찬성하는 모순

우리 국민들은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에 대해 오래 전부터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혁할 것을 요구해 왔습니다. 그런데 자칭 일부 진보진영이 공기업의 개혁을 요구하면서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에 동의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번 철도노조 파업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공기업 개혁을 요구하지 말고, 코레일과 같은 방만한 경영을 하는 공기업에 의해 국민들이 져야 하는 부담을 자기 세금으로 충당하겠다고 선언한다면 모를까 공기업 개혁은 입으로 부르짖고, 공기업 개혁에 소극적인 정부를 비난하면서 정작 정부의 공기업 개혁정책에는 반대하는 이율배반은 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주모 군의 <대자보>에 동의하고 철도노조의 파업을 옹호하는 일부 자칭 진보진영이나 안철수, 일부 아이돌들은 과연 공기업 개혁을 원하지 않는 것일까요? 아니면 정치적 진영주의와 무조건적 반박근혜에 포섭되어 아무 생각없이 저러는 것일까요? 저는 그들이 공기업 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공기업의 임원 급여를 대폭 하향 조정하고, 과도한 복지에 대해 시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방향이 제대로 된 것이라 생각하며, 공기업 노조나 그 가족들이 반발하고 선거에 불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력히 밀어붙이는 박근혜 정부에 힘을 실어주고 싶습니다. 만약 박근혜 정부가 전문가가 아닌 낙하산 인사를 경영진에 낙점한다면 비판해야 할 것이고, 이명박의 4대강이나 박원순의 서울 경전철 같이 터무니없는 SOC 국책사업을 한다면 이것 또한 강력 반대할 것입니다. 그러나 공기업 개혁을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해내겠다고 나선다면 적극 지지하겠습니다.


4. 괴담과 선동은 이젠 그만

철도노조 파업으로 별별 괴담과 선동이 난무합니다.

서울 지하철은 코레일과 KTX 수서구간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데 이것 때문에 지하철 요금이 폭등할 것이라고 하지를 않나, 의협의 원격진료 반대가 정부가 의료민영화나 의료보험민영화를 획책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를 않나, 자회사 설립을 민영화라고 강변하지 않나, 이번 철도노조 파업을 반정부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활용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너무 심합니다.

지난 광우병 사태 때도 이명박 정부의 대미협상의 부실과 국민건강권에 대한 천박한 인식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뇌 송송, 구멍 송송”이라는 자극적 문구로 광우병에 대한 비과학적 괴담을 쏟아내더니만 아직도 괴담으로 대중을 선동하려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자칭 진보들에게 가장 질렸던, 그리고 자칭 진보에 회의를 처음 느꼈던 것은 2002년 의정부 미군 장갑차 사건(일명 미순이 효순이 사건) 때의 자칭 진보들의 행동이었습니다. 처참하게 장갑차에 찧이겨진 두 여중생의 시신 사진을 지하철 내에 버젓이 들고 다니며 선동하는 모습에 아연실색했죠. 백번 양보해 미군이 고의로 여중생을 장갑차로 찧이겼다 하더라도 그런 사진을 대중들에게 직접 공개하는 행위는 반인권적인 것입니다. 하물며 고의가 아닌 과실치사인 사고에 의한 것인데 저런 행위를 하다니 어이가 없었습니다.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에는 조용하다가 대선이 다가오자 이슈화 하는 것도 웃겼구요. 미군들은 두 여중생을 추모해서 촛불추모집회도 이미 했고, 성금도 모아 유족들에게 전달했으며, 추모비도 현장에 세워 준 뒤인데 대선이 다가오는 그 때서야 자칭 진보들이 사건을 이슈화하는 것을 보고 같은 한국인으로 부끄러움마저 밀려오더군요. 촛불의 원조는 주한미군이었는데......

이제 이런 괴담과 선동은 제발 그만 봤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고대 주 모군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살펴보죠.


*고대 주 모 군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전문

1. 어제 불과 하루만의 파업으로 수천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다른 요구도 아닌 철도 민영화에 반대한 이유만으로 4,213명이 직위해제된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사회적 합의 없이는 추진하지 않겠다던 그 민영화에 반대했다는 구실로 징계라니. 과거 전태일 청년이 스스로 몸에 불을 놓아 치켜들었던 '노동법'에도 "파업권"이 없어질지 모르겠습니다.


정부와 자본에 저항한 파업은 모두 불법이라 규정되니까요. 수차례 불거진 부정선거의혹,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이란 초유의 사태에도, 대통령의 탄핵소추권을 가진 국회의 국회의원이 '사퇴하라'고 말 한 마디 한 죄로 제명이 운운되는 지금이 과연 21세기가 맞는지 의문입니다.


시골 마을에는 고압 송전탑이 들어서 주민이 음독자살을 하고, 자본과 경영진의 '먹튀'에 저항한 죄로 해고노동자에게 수십억의 벌금과 징역이 떨어지고, 안정된 일자리를 달라하니 불확실하기 짝이 없는 비정규직을 내놓은 하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습니다!


2. 88만원 세대라 일컬어지는 우리들을 두고 세상은 가난도 모르고 자란 풍족한 세대, 정치도 경제도 세상물정도 모르는 세대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1997~98년도 IMF 이후 영문도 모른 채 맞벌이로 빈 집을 지키고, 매 수능을 전후하여 자살하는 적잖은 학생들에 대해 침묵하길, 무관심하길 강요받은 것이 우리 세대 아니었나요? 우리는 정치와 경제에 무관심한 것도,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단 한 번이라도 그것들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목소리내길 종용받지도 허락받지도 않았기에, 그렇게 살아도 별 탈 없으리라 믿어온 것뿐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수조차 없게 됐습니다. 앞서 말한 그 세상이 내가 사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만 묻고 싶습니다. 안녕하시냐고요. 별 탈 없이 살고 계시냐고요.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없으신가, 혹시 '정치적 무관심'이란 자기합리화 뒤로 물러나 계신 건 아닌지 여쭐 뿐입니다. 만일 안녕하지 못하다면 소리쳐 외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그것이 무슨 내용이든지 말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


1. 직위해제를 해고로 이해하는 무지

주 모군은 코레일 측(경영진)이 파업에 참가한 노조원에 대해 직위해제한 것을 두고 마치 해고한 것처럼 글을 시작합니다. 이는 아마도 주 모군의 무지에서 출발한 것이겠지만, 이를 바로 잡으려는 진보인사나 진보언론은 보이지 않군요. 직위해제는 말 그대로 현재의 직위를 해제하는 것으로 여전히 급여가 지급되고 향후 사유가 없어지면 원대 복귀하는 것으로 명백히 해고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과거 노무현 시절에도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당시 이철 철도공사 사장이 수천명의 노조원을 직위해제했지만 해고되지 않고 모두 원대 복귀 했습니다. 그랬던 이철이 이번 철도노조 파업과 KTX 수서 자회사에 대해 한마디 했군요.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12152133315&code=920100

일설에는 이철이 이번 철도노조 파업을 격려했다는 이야기도 들리던데 자기가 사장일 때 철도노조가 파업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2. 하지 않는 민영화를 민영화라고 주장하는 억지

박근혜 정부는 분명히 철도 부문의 민영화는 하지 않는다고 거듭 확인했으며, KTX 수서 구간의 자회사는 민영화가 아닌 것인데, 왜 민영화라고 주장하는지 이해할 수 없군요. 자회사는 코레일이 41% 지분을 갖고 나머지 59%는 국민연금 등 공적자금만 들어오게 정관에 못 박고 있으며, 흑자가 날 경우는 코레일일 지분을 추가 매입할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더구나 여야가 민영화를 할 수 없게 법제화까지 합의한 상태인데 주 모군은 왜 민영화라고 주장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를 민영화라 주장하는 것은 자기 밥그릇 지키기 위한 철도노조의 선동일 뿐이고 주 모 군의 자의적 해석이고 믿음일 뿐입니다.


3. 지난 대선을 부정선거라고 선동

박창신, 함세웅 신부도 지난 대선에서 투개표 부정이 있었다고 헛소리를 하더니 주 모군도 아무 근거 없이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네요. 도대체 이 사람들은 무얼 근거로 부정선거라고 하는지 답답합니다. 근거 없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대중들을 선동하는 행위입니다.


4. 증명되지도 않았는데 국정원 댓글을 조직적 여론조작이라고 단정

지금 국정원 댓글 사건은 기소되어 재판 진행중으로 심리가 한창입니다. 심리 진행상황을 보면, 검찰이 얼마나 무리하게 기소를 했는지, 그리고 검찰이 국정원과 변호인으로부터 반박을 당하고도 제대로 된 재반박도 한마디 못하고 있는지, 사법부(판사)로부터 질책성 요구와 면박을 받고 있는지 알고나 이런 소리를 할까요? 주 모군은 국정원이 조직적 여론조작을 했다고 단정하기 전에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을 하고 저런 주장을 해도 늦지 않습니다.

1) 국정원 댓글 재판장, 검찰에 공소사실 축소 또 주문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2/17/2013121700064.html

2) 국정원, 검찰 2차 기소 트읫글 내용 공개

http://www.breaknews.com/sub_read.html?uid=296279&section=sc1&section2

3) 원세훈 재판부, “신속 진행 회의적“-검찰 난관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421&aid=0000589687

주 모군은 심리가 이렇게 진행되고 있는데도 검찰이 승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국정원이 <조직적 여론조작>을 했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요?


5. 철도노조의 파업이 불법이 아닌가

주 모군은 지금 철도노조가 파업을 하는 것이 합법적이라고 보는지 정부가 노조의 파업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처럼 이야기하네요. 자기 의사의 표현은 헌법과 법률의 범위 내에서 행해져야 하며, 또 그 범위에서 보장되어야 하겠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주어서도 안됩니다. 지금 철도노조는 불법적인 파업을 하고 있습니다. 불법이라면 당연히 법의 제재를 받아야 하는 것이죠. 민영화 문제는 노조의 파업 대상이 되지 않는 의제인데, 하물며 민영화가 아닌 자회사 설립의 문제로 파업을 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죠.


6. 장하나 의원의 사퇴 요구의 근거가 정당한가

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부정선거와 국정원의 조직적 여론조작을 이유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는데 그 근거가 분명하지도 않으면서 국민들의 선택을 함부로 뒤집는 장하나 의원의 행위가 정당한지 되묻고 싶습니다. 주 모군은 무엇을 근거로 장하나 의원의 주장을 옹호하는지 모르겠습니다.


7. 밀양 송전탑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올바르고 그 대안은 있나

밀양 송전탑 건설문제를 매끄럽게 풀지 못하는 정부와 한전의 책임도 없지 않지만, 우리나라의 에너지 현실에서 송전탑 건설 없이 어떤 다른 대안이 있는지 제시라도 하고 송전탑 건설을 비난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무 대안 없이 무조건 원전이나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면 그에 따른 부담이 국민경제와 국민들에게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 생각해 보았는지 궁금합니다. 지중화를 할 경우 그 기술적 난제를 차치하더라도 그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며, 공사기간은 어떻게 할 것인지 그 해결책은 내놓고 요구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원전을 없애고 모두 LNG나 신재생에너지로 발전을 할 경우 국민들이 지금보다 4~5배의 전력단가를 감수할 수 있다고 보는지도 주 모군이 생각해 보았을까요? 친환경만 외치면 그것이 모두 선이고 정의라고 착각하지 말고 냉정하게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이성적인 마인드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8. 88만원 세대가 연봉 6천만원의 철도노조를 걱정하는 아이러니

저는 주 모군의 <대자보>를 보고 아이러니라고 생각이 든 것은 88만원 세대라고 한탄하면서 연봉 6천만원이 넘는 철도노조원을 걱정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남의 일을 걱정해 주는 것은 칭찬받을 일이고 권장할 일이지만, 88만원 세대라고 스스로 규정하는 주 모군이 6천만원 이상의 연봉에 정년이 보장되는 철도노조원을 걱정할 처치는 아닌 것 같습니다. 철도노조원이 자기 밥 그릇을 챙기는 것은 인지상정이라 할 수 있겠지만, 88만원에 비정규직에 내몰릴 것을 걱정하는 주 모군이 철도노조원을 챙기는 것은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보이는군요.


9. 어느 세대든 고민도 있(었)고 걱정이 많았다.

현재의 젊은 세대가 고민도 많고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의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 그리고 주 모군의 아버지 세대인 우리 세대도 항상 그 시대가 평온하고 안정적이고 미래가 보장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지금 주 모군의 세대보다 더 불우한 어린 시절을 겪었고, 변란과 사회 혼란을 더 많이 겪은 세대이지요. 현재 처한 환경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이를 극복해 나갈 생각을 하는 것이 젊은이가 가져야 할 덕목이 아닌가요?


10. 아무도 여러분들에게 침묵을 강요하지 않았으며, 무관심을 방조하지 않았다.

87년 체제 이후로 우리나라는 절차적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완성되고 개인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 오고 있습니다. 현 박근혜 정권도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보다 이들의 자유를 제약하지 않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유린되었다거나 후퇴했다고 자칭 진보진영에서 설레발치지만, 실제 그렇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박근혜 대통령의 페이스북에 입에 담지 못할 험담을 달고 있는 것이 현재의 우리 상황입니다. 김대중 정권 시절, 노무현 정권 시절과 비교해 현 정부의 지금이 여러분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절차적 민주주의를 훼손한 것이 있나요?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그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 보시죠.

주 모군에게 어느 누구도 침묵을 강요하거나 현실문제에 천착하지 말 것을 요구한 사람은 없습니다. 주 모군은 자신(자기 세대)들이 개인적 성향이 두드러져 사회문제에 둔감해졌던 것을 왜 다른 것에 이유를 대는지 모르겠습니다. 취업하기 힘들고 경쟁을 심화시키는 현실이 자기들을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질 여유를 없게 만들었던 요인의 일부라고 할 수 있겠지만, 지금 인터넷, SNS에서 난무하는 정치, 사회적인 댓글, 트윗들을 보면 꼭 그것만이 이유는 아닌 것 같습니다. 백만이 넘는 해외 노동자들이 들어와 일을 하고 있고, 중소기업에서는 인력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과연 젊은이들이 취업 못하는 것이 현실의 탓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과거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는 현재 해외노동자들이 하는 일이나, 중소기업의 일자리도 없어서 실업에 처했습니다. 80%가 넘는 대학 진학률을 보이는 우리의 비정상적 상황이 주 모군 같이 대학 졸업생들의 (안정적이고 적정 임금이 보장되는) 취업을 걱정하게 만든 게 아닐까요? 사회문제를 인식하고 지적하되, 보다 근본적이고 생산적인 해결책도 함께 고민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가 아니겠습니까?


11. 나는 주모 학생 때문에 안녕하지 못하다.

저는 솔직히 주 모군이 사실을 왜곡하고, 이상과 감성만 앞서고 이성이 부족한 비현실적인 이야기만 하는 것이 불편하고, 그래서 안녕하지 못합니다. 자기 믿음을 신봉한 채, 현실을 그 믿음과 그 체계에 맞춰 왜곡해서 분석하고, 근거도 없는 주장을 마치 사실인 양 대중을 선동하는 것에 이젠 질립니다.

소통을 이야기하고 박근혜의 불통을 비판하지만, 정작 그 소통의 전제가 fact에 기반한 자기 주장이어야 한다는 사실은 잊어 먹는 것 같아 짜증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