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자유게시판에 쓴 글이 약간의 오해를 일으키는 것 같기도 하고, 지역문제에 대한 제 생각을 명확하게 밝히는 게 도리인 것 같기도 하고,
몇몇 분들의 댓글에 제가 대답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이 글을 씁니다.

수도권이 다른 지방에 비해 넘사벽으로 발전한 것, 사실이죠. 우리나라에 서울이 너무나 비대한 것, 모든 자원과 인력이 수도권에만 집중되는 것, 그게 문제란 건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김영삼 정권부터 박근혜까지, 어떤 정권이라도 지방자치, 지역 균형 발전을 강조하지 않은 정권이 없었습니다. 
'지역 균형 발전이 중요해'라고 누가 주장한다면, 그건 세 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지역 균형 발전에 도움이 되거나, 얘기를 하나마나 이거나, 아니면 오히려 방해가 되거나.

1. 정부 정책은 백약이 무효
노무현 때 지역균형개발이라는 이름 하에 수많은 토건 공사를 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지역이 균형적으로 발전이 되지는 않았죠. 지방이 낙후된 근본적인 이유가, 교량이 부족하고 도로가 낙후해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멋지게 인프라만 구축해서는 지역 균형 발전이 안 되는 겁니다.
그리고 행정수도를 옮기는 중입니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행정부처 몇 개가 세종시로 이동한다고 해서 지역 균형 발전이 정말로 이루어진다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약간의 효과는 물론 있겠지만요..
또 여러 공기업, 정부 출연 연구소 등등을 강제로 지방으로 옮기는 중입니다. 하지만, 이게 지역 균형 발전에 정말 도움이 되리라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 놔도 그닥 소용이 없을 겁니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 정부에 대책을 마련하는 목소리를 내어도, 정부는 사실 뾰족한 수가 없을 겁니다. 만약 제 생각에 반대하시면, 실효성과 현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해 보시길 바랍니다.

2. 20대가 서울 소재 대학으로 가는 건 이해한다
근 20년간 지방의 향토기업들, 다 죽었습니다. 그래서 지방에서 대학 나온 젊은이들이 취직할 곳이 없습니다. 삼성,엘지 등, 대기업들은 유독 서울소재 대학 졸업자를 선호합니다. 상황이 이러니까 서울소재 대학에 진학하는 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3. 근원적인 문제는 '지방 천시'입니다.
사실 20대부터 40대까지 지방에 사는 사람들 대다수는 기회만 되면 서울로 가려고 할 겁니다.
자녀 교육 문제 때문에요. 지역구 국회 의원들도 당선 되자마자 자녀들 전학부터 시킨다고 합니다. 또 서울에 대한 환상도 많겠죠.
지방에서 근무하는 학교 선생님들도 어떻게 해서든 서울에서 발령받고 싶어합니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요, 지방에서 살게 되는 걸 마치 귀양가는 듯 생각합니다. 신입사원들이 지방 사업장에 발령받는 걸, 마치 입영통지서 받듯이 생각합니다. 정부출연 연구소가 지방으로 이전하려고 해도, 그 구성원들이 결사 반대를 외칩니다 (물론 삶의 터전이 갑자기 바뀌는 게 싫고 불편하고 더러 손해보는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지나친 감이 있습니다).

다른 홈페이지 게시판에 가 보면요, 지방에 사는 게 싫어 죽겠다는 의견이 참 많습니다. 그 이유가 그런데 웃겨요. 문화 생활을 즐길 수가 없고, 치안이 불안하고... 뭐, 그런 이유입니다.

흐강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서울에 사는 게 좋지만은 않습니다. 주거 비용으로 엄청난 돈을 지불하고, 1시간 출퇴근 거리는 예사입니다. 공기는 또 얼마나 안 좋구요. 그래도 아득바득 서울에 붙어 살려고 애를 쓰고, 한 번 입성하면 다시는 나오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버팁니다.

서울보다 지방이 낙후되어서 지방은 시골이라고요? 수도권의 반대말은 지방, 시골의 반대말은 도시, 이거 모르는 사람 있습니까? 지방에 도시 있습니다. 따라서 지방과 시골은 동의어 아니지요. 큰 도시 사람이 자기네보다 작은 도시를 보고 '너희는 시골이야'라고 말하는 게 참 웃깁니다. 행정구역으로도 시군구를 명확히 나누어 놓았는데, 싸잡아서 시골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이유가 뭘까요.

바로, 지방에 대한 천시 문화입니다. 지방은 시골이다, 촌이라는 겁니다. 지방 사는 사람은 촌놈이지요. 지방에 대한 일방적인 무시입니다. 그리고 서울에 대한 우월의식이 그 자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런 의식이 수도권 비대화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입니다. 따라서 지방 천시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지역 균형 발전은 요원합니다.

4. 대안
따라서 우리는 의식을 바꾸는 일을 해야 합니다. 수도권 우월의식을 보면, 맹렬하게 비난해야 합니다. 또 서울에 대한 일방적인 동경도 버려야 합니다. 서울에 살면서 겪을 엄청난 주거 비용, 길에서 버리는 시간 낭비, 콧속에 빠꼼한 검은 먼지들...

수입만 일정하면 지방에서 사는 것, 아주 좋습니다. 집값만 해도 몇 억씩 쌀 겁니다. 그 돈, 자기가 원하는 곳에 쓰면서 살 수 있습니다. 밤하늘 별을 보면서 걸을 수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 건지, 눈을 들면 초록색 나무, 풀, 산을 보면서 살 수 있는 게 얼마나 좋은지, 서울에만 살면 죽어도 알 수 없을 겁니다. 잘 모르니까 번잡하고 큰 곳이 좋게 느껴져서 서울을 선호하고 지방을 천시하겠지요. 따라서 지방에 있는 사람이 서울로 무리해서 이사할 까닭이 없습니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 지방으로 이사하게 되면 땡큐 해야 할 겁니다.

이렇게 지방 천시 문화를 극복할 때라야 각종 정부 정책이 효과를 거둘 겁니다.